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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좌충우돌' 체육회.신아람 지켜주지못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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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람 공동 은메달' 추진이 해프닝으로 끝났다. 3일(한국시각)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오늘 아침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공동 은메달은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일련의 과정들은 의욕만 앞섰을 뿐 성급하고 체계적이지 못했다. 동네 체육대회도 메달 하나 더 만들기는 쉽지 않다. 모든 이들이 만족하고 공감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례가 된다. 하물며 모든 선수들의 꿈인 최고 권위의 '올림픽 메달'이다.

▶공동 은메달 논의, '발상부터 무리수'

신아람은 지난달 30일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심판과 시간 계측원이 마지막 남은 1초를 지나치게 길게 잡은 탓에 네 차례나 공격을 허용하다 역전패했다. 다 잡았던 은메달을 놓쳤다. 1시간이나 피스트(펜싱 코트)에서 오열했지만 판정은 끝내 번복되지 않았다.

공동 은메달에 논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제펜싱연맹(FIE)의 오심에 대한 인정과 사과가 선행됐어야 한다. FIE는 이 사안과 관련해 공식 사과한 적이 없다. 대한체육회와의 미팅에서 "마지막 1초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0.01초까지 가릴 수 없는 기기의 문제점과 오메가의 타임키핑 기기를 조작한 직원의 미숙함을 인정"한 것이 전부다. 판정 번복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궁여지책으로 특별상을 제안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앞서 1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FIE가 신아람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인정하고, 위로하는 의미로 특별메달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2심까지 갔기 때문에 판정이 번복될 일도 없고, CAS(스포츠중재재판소) 간다고 해서 승산도 없다. 아테네올림픽, 체조 양태영 오심 때도 여론에 밀려서 2억원에 가까운 돈을 썼지만 결국 얻은 게 없다. 내가 총책임자로서 판단하건대 여기서 국제펜싱연맹이 신아람을 추켜세우고 인정해주는 걸 받고 끝내자고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나는 대단히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했었다.

오심 피해 당사자인 신아람 선수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했다. 특별상으로 오심을 덮으려한다는 대중의 비난이 빗발쳤다. 오심으로 메달을 잃은 선수에게 당장 올림픽 메달 외에 어떤 것도 위로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수나 펜싱계,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마음만 앞섰다.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는 성과주의에 휩쓸려 성급한 행보를 이어갔다.

특별상 수상 직후 공동 은메달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대한체육회는 기자회견 직후 물밑으로 은메달 공동수상 작업에 착수했다. 같은 날 저녁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체육계 고위관계자는 특별상의 실효성을 비판하는 질문에 "좀더 기다려봐라. 더 노력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체육회는 2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공동 은메달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신을 통해 퍼져나갈 수 있으니 보도자제를 요청한다'고 했다. 결국 다음날 아침 IOC는 공동은메달이 불가능하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언론을 통해 새나가면서 물거품이 됐다고 핑계를 댄다. 그러나 시작이 잘못됐다. 공식 사과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공동 은메달 요구는 생떼이고 무리수였다.

▶소통 없는 일방통행, 성과주의 집착 '좌충우돌' 행보

산하단체인 대한펜싱협회와도 계속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신아람이 억울한 판정으로 피스트에 앉아 눈물을 쏟던 날, 3-4위전 출전을 종용한 건 박 회장이었다. "오심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고 버텼지만 "계속 항의를 하면 블랙카드를 받고 단체전 출전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경기에 나섰다. 펜싱협회 입장에서는 억울한 눈물을 닦아주기는 커녕 해결 및 봉합에 급급했던 체육회에 대한 서운함이 크다. 이날 밤 대책 논의를 위해 대한체육회가 펜싱협회 관계자들을 불렀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2일 외신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손길승 대한펜싱협회장은 "FIE가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판정 번복은 안된다고 한다. 나는 FIE의 설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미 대한체육회는 '특별상'으로 사태를 급마무리한 상황에서 정작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일련의 과정에서 체육회와 펜싱계의 소통은 단절됐다. 대한체육회의 오만과 독선은 끝내 자충수를 뒀다. 대회 첫날 자유형 400m 박태환의 '실격 번복' 사건이 자극제가 됐을 수 있다. '특별상' '은메달'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따내기 위해 좌충우돌 달렸지만, 애초에 방향이 틀렸다. FIE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행됐어야 한다. 무엇보다 선수의 눈물이 위로받아야 했다.

오심 사건 이후 펜싱 선수들은 하나로 뭉쳤다. 절망 속에 주저앉지 않고 더욱 힘을 냈다. 1일 최병철의 플뢰레 동메달을 시작으로 2일 김지연의 사브르 금메달과 정진선의 에페 동메달, 3일 여자단체전 플뢰레 동메달에 이르기까지 사흘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1 동3,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외로운 피스트에서 실력으로 아픔을 털어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위기를 이겨냈고, 보란듯이 승리했다. 그래서 어른들의 '좌충우돌'이 더 부끄럽다.

'신아람 지못미'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