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끈기'와 '집중력'이 시즌 최고조로 올라온 듯 하다. 리그 1위 삼성과의 원정 3연전을 싹쓸이하더니 KIA를 상대로는 3점차 열세를 막판에 두 이닝에 뒤집어냈다.
두산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에서 3-4로 뒤지던 9회말 1사 1, 2루에서 5번타자 양의지의 주자일소 역전 끝내기 2루타로 5대4의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최근 4연승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며 1위 삼성을 압박했다.
3회말 KIA 내야진의 실책에 편승해 먼저 1점을 뽑은 두산은 이후 7회까지는 KIA 에이스 윤석민(6⅓이닝 5안타 2볼넷 5삼진 비자책 1실점)과 7회 1사 후 두 번째 투수로 나온 양현종의 역투에 막혀 점수를 뽑지 못했다. 그 사이 KIA가 기세를 올렸다. KIA는 0-1이던 6회초 선두타자 김원섭과 후속 나지완이 두산 선발 노경은으로부터 연속타자 홈런을 치며 역전을 시켰다. 이어 2-1이던 6회초 2사 3루에서 차일목의 적시타로 1점을 보태 3-1을 만들었다. 7회초에도 2사 3루에서 나지완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해 승기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1-4로 뒤지던 두산의 반격이 8회부터 펼쳐졌다. KIA 불펜진의 제구력이 무너진 틈을 놓치지 않은 것. 연속 볼넷으로 된 무사 1, 2루에서 양의지의 병살타가 나왔지만, 기회는 살아있었다. 2사 3루에서 이원석은 KIA 네 번째 투수 임준혁을 상대로 좌전 적시 2루타를 쳤다. 이어 이종욱의 볼넷이 나온 뒤 2사 1, 2루에서 바뀐 투수 최향남이 임재철에게 또 적시안타를 맞았다.
3-4로 따라붙은 두산은 결국 9회말 1사 1, 2루에서 양의지가 우중간 외야를 완전히 가르는 역전 끝내기 2루타를 쳐 승패를 뒤집었다. 양의지의 끝내기타는 팀 5호이자 시즌 13호, 통산 818호였다. 양의지 개인으로서는 처음이다.
이날 역전승을 거둔 두산 김진욱 감독은 "선수들이 대구에서 힘든 경기를 펼치고 체력적으로 지쳐서 걱정을 많이했는데, 마침 KIA 윤석민이 너무 잘 던져 어려운 경기라 여겼다. 하지만 9회말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 역전시킨 우리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고 잘했다. 칭찬해주고 싶다"며 감격해마지 않았다. 한편, 다 잡은 경기를 놓친 KIA 선동열 감독은 "석민이의 승리를 지키지 못해 아쉽다"는 짧은 말을 남겼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