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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령' 정문성 "생애 첫 드라마, 너무 악역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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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해 어떠한 일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다.

'반듯한 인상 뒤에 감춰진 차가운 표정'. SBS 수목극 '유령'의 등장인물 염재희를 묘사한 글이다. 어두운 거래가 있는 범죄물은 배우들이 도전하기 쉽지 않은 장르다. 연기의 톤과 색깔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범죄자 역할이라면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남다른 연기력을 선보이고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 정문성(31)은 생애 첫 드라마에서 비밀이 많은 범상치 않는 악역을 거뜬히 소화해냈다. 드라마 출연 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그는 "다행히 욕먹지는 않았다. 면전에서 욕하기엔 너무 악역이었나 보다. 주사기를 꺼낼까봐 걱정했을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소지섭과 이연희는 내게 아직도 연예인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알고보니 '연기 좀 하는' 데뷔 6년차 배우였다.

2007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통해 데뷔한 정문성은 그동안 한 우물만 팠다. 대학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한 그는 1년간 휴학을 하고 가수 데뷔를 준비를 했을 정도로 노래에도 재능이 있다. 하지만 연기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후부터 곁눈질하지 않고 오로지 한 길만을 걸어왔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지하철 1호선' 오디션에 합격을 한 뒤 5년간 뮤지컬만 했어요. '빨래'라는 작품은 무려 3년간 공연했죠.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따뜻한 공연이라 좋기도 했지만 제 자신이 행복해지고 아픔이 치유되는 느낌이었어요."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거친 후 '유령'을 통해 브라운관에 진출한 그는 "드라마에서는 완전 초짜라 욕 안 먹기 위해 나름 노력했지만 그러기 쉽지 않더라. 더욱이 사람을 죽여보지도 않았고 죽이고 싶다고 마음먹어본 적도 없었는데 사실 힘들더라"라며 웃어 보였다. 그가 연기한 염재희는 극중 조현민(엄기준)이 시키는 대로 김우현(소지섭)과 한영석(권해효)을 죽였다. 그러나 결국 자신도 처절하게 버림 받는다. "염재희가 왜 조현민이 시키는 일은 뭐든 할 수밖에 없었는 지에 대해 설명이 부족했던 게 좀 아쉬워요. 분명 사연이 있겠죠."

그는 '유령'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장현성의 추천으로 드라마에 합류할 수 있었다. 장현성은 그가 출연했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공연한 극단 학전의 간판 배우였다. 연극 '모범생들'을 포함해 몇 차례 정문성의 공연을 본 적 있는 장현성이 그의 연기를 눈여겨 봐왔던 것.

지난 11일 방송에서 극중 염재희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는 '유령'에서 중도 하차했다. 그는 현재 임순례 감독의 영화 '남쪽으로 튀어'를 찍고 있다. 그에겐 첫 영화다. 앞으로 한달 간 전남 완도에 있는 섬에서 머무를 예정이다. 이 영화 역시 극단 학전 출신인 배우 김윤석의 추천으로 출연하게 됐다. 영화에선 '유령'에서와는 전혀 다른 어리바리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공안 직원으로 등장한다.

"뮤지컬 공연 인터뷰에선 이 사람이 나오면 무조건 믿고 보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고, 무대 위에서 거짓말 안 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하나 더 추가해 이젠 사람들이 제 연기에 완벽하게 속아줬으면 좋겠어요. 흡입력을 가진 연기자이고 싶어요."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