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티즌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17일 2군이 출전한 전남전 패배로 주춤할 것 같았던 대전은 주중 FA컵과 23일 성남전에서 완승을 거뒀다. 최근 6승2무1패의 호성적으로 리그 순위를 13위까지 끌어올렸고, FA컵에서도 8강에 안착했다. 시즌 초반 연패에 허덕이던 모습은 없다. 유상철 감독 스스로가 "이제 대전은 잘한다"고 말할 정도다. 유 감독이 자제를 요청할 정도로 선수단은 자신감이 넘치고, 상대도 이제 대전을 더이상 1승 제물로 꼽지 않는다.
새롭게 팀을 변화시킨 유 감독의 리더론이 새삼 눈에 띈다. 시즌 중 패배주의에 빠져있는 팀이 감독교체나 선수영입 없이 180도 달라지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유 감독은 리더십에 대한 발상을 전환했다. 유 감독은 처음에는 경영자형 리더십을 추구했다. 전문 코치들에게 훈련을 맡기고 큰틀만 체크하는 식이었다. 프로 선수들인만큼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 자율을 보장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속된 추락에 적극적인 관리에 나섰다. 관리자형 리더십으로 바꾼 것이다. 유 감독은 가장 먼저 연습장에 나가 훈련이나 상태를 일일이 챙긴다. 그는 "아직도 프로 선수라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어느정도 팀이 안정된 후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챙기니까 선수들과 스킨십도 늘고 달라진 선수들의 모습에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달라진 점은 역시 선수들의 전술 소화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점이다. 유 감독은 타 팀에 비해 떨어지는 개인전술을 메우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고안했다. 3-4-2-1포메이션은 대전만의 독창적인 전술이다. 아무리 좋은 전술이라도 선수들이 소화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 유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알때까지 반복시키고 또 반복시키며 팀을 만들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지금의 대전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짜임새 있는 축구를 하게 됐다. 유 감독은 "어떻게 팀을 이끌어야 하는지 조금씩 손에 잡히는 느낌이다. 어떤 리더십이 맞는지는 세월이 지나가면 더 잘알게되겠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하는 방식이 나에게 맞다는 것이다"며 웃었다.
달라진 유 감독의 리더십만큼이나 대전도 달라지고 있다. 이런게 젊은 지도자가 이끄는 팀을 바라보는 재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