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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Jr 핸드볼, "중동 '인샬라' 문화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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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가면 '인샬라(inshallah)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인샬라는 직역하면 '신의 뜻이라면'이다. 모든 일은 개인의 힘이 아닌 신의 허락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슬람 교도들의 신앙을 대변하는 관용구다. 하지만 사소한 약속부터 중요한 공무까지 '인샬라'가 사용되면 곤란하다. 게으름을 인샬라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시간 개념을 중요시 하는 외국인 입장에서 '인샬라 문화'는 쉽게 넘기기 힘든 문제다. 스포츠에서도 이런 '인샬라 문화'로 인한 에피소드는 비일비재하다. 원정팀의 요청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재차 요청을 해야 비로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인샬라'를 직접 외치지는 않지만, 약이 오를 만하다.

카타르 4개국 친선경기대회에 나선 남자 주니어 핸드볼대표팀(20세 이하)은 '인샬라 문화'에 진땀을 빼고 있다. 프랑스와의 첫 경기 때부터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현지 도착 첫날 연습경기장 사용을 요청하자 카타르 측은 처음에 "남는 연습경기장이 없다"고 발을 뺐다. 그러나 경기 당일 오전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경기장 문제가 해결이 됐으니 지금 출발하면 된다"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숙소 내에서 간단한 체력 훈련으로 몸을 풀 생각이었던 한국 선수단은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야 했다. 이후 비디오 분석을 위한 미팅룸 사용, 경기장까지 이동을 위한 집결 시간 등 사소한 시간약속을 위해 두세번 재차 묻는 진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교민이나 유학생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생업이 있는 교민은 선수단과 풀타임 생활을 하기 힘들다. 카타르의 높은 물가 탓에 유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냥 웃고 넘기기가 힘들다. 30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벌어질 아시아주니어선수권 때문이다. 세계주니어선수권 출전 티켓이 걸린 중요한 대회다. '인샬라 문화'가 예민한 선수들의 컨디션을 자칫 흐려놓을 수도 있는만큼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를 마치고 1주일 뒤 다시 카타르로 와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에 현지에 도착하기 전에는 반드시 연락관을 바꿔달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프랑스와의 1차전에서 석패했던 한국은 20일(한국시각) 알 아라비 스포츠클럽에서 가진 바레인과의 대회 2차전에서 29대26, 3골차 승리를 거뒀다. 1승1패(승점 2)가 된 한국은 21일 홈팀 카타르와 대회 최종전을 치른다.한국은 카타르를 무조건 잡고 프랑스가 바레인에 패해야 대회 2연패를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도하(카타르)=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