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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엔 어려운 US오픈 코스, 선수들은 "해볼만한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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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로 US오픈은 코스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US오픈을 주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일부러 언더파 우승을 만들지 않기 위해 코스를 세팅한다고까지 할 정도다. 제112회 대회가 열리는 올해는 특히 그렇다. 지난해 콩그레셔널에서 벌어졌던 대회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16언더파로 우승해 USGA의 자존심을 무참히 꺾어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15일(이하 한국시각)부터 올해 대회의 개최지인 샌프란시스코 인근 올림픽 클럽(파70·7170야드)은 역대로 가장 어려운 코스가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고, 모든 미국의 골프 관련 언론들도 가장 터프한 코스라고 보도해왔다.

하지만 12일과 13일 올림픽 클럽에서 연습라운드를 한 선수들의 반응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무척 까다롭다. 러프가 장난이 아니다"라며 USGA를 기쁘게(?)하는 멘트를 날렸지만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렇지 않은 의견도 많이 내놓아 귀를 솔깃하게 했다.

최경주(42)는 13일 연습라운드 도중 기자와 만나 '코스가 어렵냐'고 물었더니 "페어(공정)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솔직히 지금까지 나는 US오픈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코스를 한 번 돌아본 뒤에는 생각이 바꼈다"고 말했다. 이는 한 번 해볼 만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길어서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1번 홀이 520야드짜리 파4(원래는 파5)홀인데 드라이버 치고 6번내지는 7번 아이언을 치면 그린에 올릴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이야 8, 9번 아이언이면 되겠지만 이는 문제없다"며 코스의 길이는 어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대회서는 1번 홀과 함께 16번 홀도 엄청난 길이로 화제가 되고 있다. 파5인 16번 홀은 무려 670야드나 돼 역대 US오픈 최장홀로 기록됐다. 하지만 웬만한 선수들은 드라이버에 이어 3번 페어웨이 우드를 치면 100야드 내외의 거리가 남기 때문에 2온을 못 시킨다 뿐이지 죽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장타자인 버바 왓슨이 이 홀에서 티샷과 두 번째 샷을 모두 드라이버로 하고도 그린까지 40야드가 남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그뿐 이 홀의 길이가 너무 길다는 볼멘 소리는 없었다.

다만 문제는 이처럼 긴 홀에서 티샷이 러프에 빠지면 정타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러프는 완전히 '복불복'이라는 게 모든 한국 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양용은(40)은 "러프가 발목이 푹 잠길 정도로 긴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러프가 고르게 자라지 않아 긴 곳도 있지만 짧은 곳도 상당히 많고, 또 사람이 한 번 밟고 지나간 자리의 러프는 다시 일어서지를 않아 공이 러프로 떨어져도 운이 따라 그런 곳에 있다면 전혀 샷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운이 따르면 쉽게 스코어를 줄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난생 처음 미국에서 벌어지는 공식 대회에 출전한다는 이동환(25)은 "어렵지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미허리 페어웨이에 무서운 러프 등 지금까지 얘기만 들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나는 오히려 폭이 좁은 그린에 공을 올리는 것이 더 힘들다"고 했다. 실제로 이동환은 2번 홀 러프에서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샷을 해 가볍게 그린에 공을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다 개미허리를 연상시킨다는 US오픈 특유이 개미허리 페어웨이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김경태는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페어웨이가 좁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아무래도 길이가 길다 보니 USGA가 페어웨이의 폭은 양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터프한 코스를 만들었다고 자화자찬(?)하는 USGA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어렵다면서도 한 번 해볼만하다고 생각하는 선수들. 이들의 전쟁이 15일(한국시간)이면 시작된다. 댈리시티(미 캘리포니아주)=이사부 기자 golf@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