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가 700만명을 넘어 800만 관중시대를 열기 위해 성큼성큼 나가고 있다.
예전에는 남성팬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여성 관중들이 40%에 육박하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이를 흐믓하게 바라보는 사람 가운데 한명은 야구게임 '마구마구'를 만든 애니파크 김홍규 대표(37)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타이틀 스폰서를 좀처럼 구하기 힘들었던 지난 2009년, 김 대표는 구원투수처럼 등장해 '마구마구 프로야구'라는 이름으로 2년간 후원했다. '마구마구'를 국민 야구게임의 반열에 올리는 기회가 된 동시에 한국 프로야구 르네상스 도래의 일익을 담당했음은 물론이다. 스포츠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출신으로, 학내 컴퓨터그래픽 동아리 선후배가 뭉쳐 지난 2000년 애니파크를 설립한 김 대표는 2년만에 'A3'라는 성인용 RPG를 만들어 성공시키면서 비로소 이름을 알렸고 2006년부터는 '마구마구'를 서비스하고 있다. 트레이딩 카드를 활용한 치열한 심리전과 귀여운 캐릭터가 장점이지만 '마구마구'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최초로 실제 선수들의 이름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야구게임에서 당연히 쓰는 시스템이지만, 당시에 연도와 선수 성적을 결합시키고 이를 게임에 적용한 것은 이후 선수들의 초상권과 라이선스 권리를 확립시킨 초석이 됐다.
'A3' 이후 개발한 두번째 게임이 실패하면서 어려워진 회사 상황에서 김 대표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것이 '마구마구'였다. "회사 옥상에서 캐치볼을 할 정도로 동료들이 야구를 모두 좋아했죠. 바로 그 때 '우리가 좋아하는 야구를 게임으로 만들면 쉽고 재밌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모두 의기투합했죠. 시작한지 6개월만에 알파 버전의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절박함 끝에서 희망의 문을 열어준 것이 바로 야구였기에, 김 대표의 야구에 대한 애착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의 새로운 도전도 역시 야구에서 출발한다. 캐주얼게임 '마구마구'를 넘어서는 실사 야구게임 '마구 더 리얼', 그리고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인 '마구: 감독이 되자' 등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마구마구'가 3등신의 SD 캐릭터다보니 선수들의 미세한 동작을 표현하기도 어렵고, 아이들 게임이란 인식도 크다. 그래서 실사 게임을 빨리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구 더 리얼'은 선수들의 실제 모습과 플레이 스타일을 그대로 구현하는 게임으로, 2K나 EA 등 세계적인 개발사들이 메이저리그 기반으로 만든 콘솔게임 'MLB 2K'나 'MLB the show'의 실제감 넘치는 비주얼 퀄리티가 한국 프로야구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경기 장면을 묘사한 애니메이션만 우선 5000개가 들어간다. 전반적인 통계도 '마구마구'보다는 3~4배 이상 적용된다"며 "선수들의 특징을 그대로 묘사하기 위해 '한땀한땀' 그래픽 작업을 하고 있다. 기존 콘솔 게임 비주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또 '마구: 감독이 되자'는 한국 프로야구와 함께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함께 구성할 수 있다.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을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야구를 기반해 게임을 만들고 있으니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타이틀 스폰서를 통해 게임 위상을 높였으니 이제 어린 꿈나무 선수를 지원하고, 한국 야구 위상을 높이는 일을 하겠다"며 "동호인들이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는 야구장을 만들고 싶다. 또 야구를 보는 관객들이 경기와 하나가 되는 공간이 궁극적인 꿈이다. 그 이름은 '마구 스타디움'이 될 것이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또 "'마구' 시리즈에 집중하면서도 'A3'를 잇는 MMORPG와 함께 '차구차구' 등 축구 게임도 곧 선보일 예정"이라며 "야구팬들이 모두 '마구마구'를 즐기고, '마구마구'를 통해 야구의 매력에 빠진 유저들이 야구팬이 되는 등 야구와 게임이 하나가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