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없는 유럽 무대에서 단연 그는 독보적인 존재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유로 2012에서도 그는 가장 밝게 빛날 별이었다. 폭발적인 슈팅과 화려한 발재간, 무회전 프리킥에 타점 높은 헤딩까지 뭐 하나 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올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3년 연속 발롱도르(올해의 선수)를 수상한 메시의 바르셀로나를 꺾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각종 대회에서 무려 60골을 터트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유로 2012를 통해 '월드 넘버 원'의 자리를 꿈꿨다.
그러나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그의 입지는 확연히 다르다. 팀의 중심인 것은 같지만 포르투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선 4번의 메이저대회에서 단 5골에 그쳤다. 출발은 산뜻했다. 그가 대표팀 주전으로 자리잡은 뒤 출전한 첫 메이저대회 유로 2004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포르투갈 대표팀에는 루이스 피구, 루이 코스타(이상 은퇴) 등 호날두 이외에도 팀을 이끌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팀의 중심으로 성장한 뒤 부터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포르투갈은 4위에 올랐지만 호날두는 1골을 넣는데 그쳤다. 유로 2008 예선에서 8골을 몰아치며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본선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성적표를 남겼다. 2골에 그쳤고 포르투갈은 7위로 대회를 끝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도 마찬가지. 2010~2011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40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에 오른 호날두는 강력한 월드컵 득점왕 후보였다. 코트디부아르, 브라질, 북한과 같은조에 편성됐다. 최약체 북한과의 경기에서 1골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결국 포르투갈은 16강전에서 스페인에 0대1로 져 탈락했다. 유로 2012대회 전까지 호날두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터트린 골은 30골(82경기)이다. 기록상으로는 나쁜편이 아니지만 메이저대회, 특히 강팀을 상대로는 한 골도 넣지 못해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가 그를 따라 다녔다.
유로 2012는 명예회복의 장이었다. 호날두는 유로 2012예선에서 7골을 넣으며 포르투갈을 본선으로 이끌었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 '전차군단' 독일, 덴마크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다. 호날두가 죽음의 조에서 포르투갈의 비상을 이끈다면 그에 대한 선입견까지 모조리 지울 수 있었다.
첫 단추부터 잘 못 뀄다. 포르투갈이 10일(한국시각) 우크라이나 아레나 르비프에서 열린 B조 1차전 독일전에서 0대1로 패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호날두는 풀타임 활약했지만 그의 전매특허인 무회전 프리킥을 물론, 이렇다할 슈팅 한 번 제대로 쏘지 못하고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독일 수비수 제롬 보아텡(바이에른 뮌헨)에 철저히 봉쇄당한 그는 "경기 결과가 불공평했다. 우리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우리는 독일보다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패배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변명을 늘어 놓았다. 포르투갈은 B조 최하위로 추락했다. 조별예선 통과 조차 불투명해졌다.
호날두가 대표팀, 특히 메이저대회에서 부진한 이유는 팀 구성과 관계가 있다. 포르투갈은 호날두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가 최상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전술을 구사하지 않는다. 호날두는 연계 능력이 뛰어난 포워드와 헌신적인 윙어, 간결한 패스를 구사하는 미드필더와 함께 카운터어택 형태의 공격전술을 펼칠때 최상의 기량을 발휘한다. 맨유, 레알 마드리드 모두 호날두가 마음껏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다. 그러나 포르투갈은 다르다. 독일전에서 원톱으로 출격한 엘데르 포스티가(레알 사라고사)는 활동량은 많지만 연계능력이 떨어지며, 나니(맨유)는 호날두만큼이나 이기적인 선수다. 라울 메이렐레스(첼시)나 주앙 무팅요(FC포르투)는 좋은 미드필더지만 호날두에게 찬스를 만들어줄 만큼 좋은 패싱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호날두는 대표팀에서 고립된다. 혼자만의 능력으로 그에게 달라붙는 찰거머리 수비를 따돌리기란 쉽지 않다.
주장 완장을 찬 호날두의 어깨는 무겁다. 상대의 집중 수비도 그에게 쏠린다. 온갖 파울에 그라운드에 수십차례 쓰러진다. 에이스의 숙명이라지만 이는 독일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역시 같은 전술로 호날두를 고립시킬 것으로 보인다. 호날두가 지네딘 지단(프랑스)이나 호나우두(브라질) 같은 위대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메이저대회에서 성과를 보여야한다. 메시와의 발롱도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유로 2012 트로피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메이저대회의 무게감은 상상 이상인 듯 하다.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