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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호 '닥공'의 성공 열쇠는 수비형 MF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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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론 대승이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완벽한 경기는 아니었다.

최강희호는 9일(한국시각) 카타르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에서 4대1 승리를 거뒀다. 김보경-이근호 좌우 측면을 앞세운 공격진은 합격점을 줄 만 했다. '원톱' 이동국(전북)-'섀도 스트라이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활약이 다소 아쉬웠지만, 원정에서 4골을 뽑아낸 집중력과 컴비네이션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문제는 수비였다. 한국은 카타르에 선제골을 허용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차례 위험한 장면을 내줬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했기 때문이다. '닥공(닥치고 공격)보다는 밸런스 축구를 하겠다'던 최 감독은 중요한 카타르전에서 가장 자신있는 '닥공 카드'를 꺼냈다. '더블볼란치(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 기성용(셀틱)-김두현(경찰청)을 기용했다. 기성용과 김두현은 공격에 더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원활한 공격전개에서는 돋보였지만, 수비에서는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1차 저지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보니 수비진에 부담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카타르가 역습에 나섰을때를 상기해보자. 한국의 수비는 카타르의 공격진이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상대해야 했다. 스페인전과 마찬가지로 앞에서부터 압박을 하지 못하니 공격수와 1대1로 맞닥드리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좌우 윙백의 오버래핑 시에도 뒷공간을 커버하는 움직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 감독은 공격 강화를 위해 좌우 윙백의 오버래핑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날 공격 장면에서는 괜찮았지만, 뒷 공간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 이를 커버해줄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부족했다. 상대가 마무리에서 세밀하지 못했기에 실점은 없었지만, 더 강한 팀과의 경기에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최 감독은 전북에서 김상식, 정 훈 같은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활용해 포백라인을 보호했다. 박원재-최철순의 지속적인 공격가담에도 불구하고 수비적인 문제를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그 결과 전북은 지난해 32경기에서 71골을 폭발시키는 동안, 34골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전남(43경기 29실점)에 이어 수원, 포항과 함께 최소 실점 2위였다. '닥공'에 가렸지만 견고한 수비야말로 전북의 숨은 힘이었다.

카타르와의 1차전에서 보여준 '닥공'은 최 감독의 축구가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러나 더 완벽한 내용을 위해서는 수비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용 방안은 최 감독의 '닥공'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