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선택, 결과는 실패였다. 하지만 그들을 욕할 수는 없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팀을 위해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이 두 남자는 바로 롯데 양승호 감독과 3번타자 손아섭이다.
롯데는 9일 부산 KIA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3대4로 아쉽게 패했다. KIA전 연승 기록을 13으로 늘리지 못한 것도 아쉬웠지만 더더욱 아쉬웠던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양 감독으로서는 '김사율이 홈런을 맞지 않았다면', '박종윤이 실책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손아섭이 조금 더 타석에서 신중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수백번이고 했을 것이다.
일단 2-1로 앞서던 9회 마무리 김사율이 대타 최희섭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한 장면을 보자. 양 감독은 "강영식을 길게 끌고 간 이유가 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아쉬워했다. 양 감독의 설명은 이랬다. 양 감독은 6이닝을 소화한 선발 유먼을 대신해 강영식을 곧바로 올렸다. 당시 강영식이 상대해야 할 타자는 하위타순의 우타자 송산, 이준호였다. 양 감독은 "그 때 최희섭이 분명히 대타로 나올 것이라 생각해 일부러 좌투수인 강영식을 등판시켰다"고 설명했다. 과정이 어찌됐든 KIA는 최희섭을 투입시키지 못했고 롯데는 실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전은 성공이었다.
문제는 9회였다. 마지막 공격이기도 하고 7번 하위타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또다시 최희섭이 언제든 나설 수 있었다. 그걸 대비했다면 양 감독은 8회 2사에 마운드에 올라 삼진을 잡은 이명우를 더 세워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김사율을 등판시켰고 결국 9회 첫 타자로 등장한 최희섭이 홈런을 친 것이었다. 어찌보면 9회, 주자없는 상황서 최희섭이 부담 없이 풀스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7회였다면, 만약 9회 1사나 2사 상황이었다면 상황이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3-4로 뒤지던 연장 10회말 2사 1, 2루 상황서 1루 땅볼로 아웃을 당한 손아섭도 아쉬움이 컸다. KIA 마무리 한기주의 제구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 볼카운트 0S2B에서 기다리지 않고 배트를 돌려 아웃되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평소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손아섭은 10일 경기를 앞두고 "내 잘못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투수의 제구가 흔들리기 때문에 오히려 강공을 걸었다. 3B로 몰리지 않기 위해 힘을 뺀 공을 가운데로 던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나름의 수싸움이었던 것. 손아섭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전날 그 장면이 계속 떠오르는지 "오늘은 2S되기 전까지 절대 안칠 것"이라며 웃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