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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용에서 박하로, 한지민은 환생을 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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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공평하다'는 말이 그녀에게만은 예외인 듯하다. 인형처럼 예쁜 얼굴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 미모를 자랑하는 배우 한지민(30). 순정 만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사랑스러운 외모의 그녀가 뛰어난 연기력까지 갖췄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지상파 방송3사간 수목극 경쟁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시청률 1위로 종영한 SBS '옥탑방 왕세자'에서 한지민은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여주인공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 박하와 부용으로, 현세와 조선시대를 넘나들며 코믹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변화무쌍한 연기로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연기로 좋은 평가를 받을 때 무엇보다 기분이 좋다. 하지만 과잉되지 않고 캐릭터가 드라마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걸 좋아한다. 이번에도 역시 잘 묻어간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3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은 남녀의 애잔한 사랑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그녀의 농익은 연기 덕분이다. 이각이 조선으로 돌아가게 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로 그의 몸이 처음으로 투명해지는 장면에서 한지민이 선보인 눈빛 연기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대본에 대사만 많이 있고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었어요. 현장에서 감정을 알아가며 배우들끼리 서로 만들어가는 게 많았어요. 19회 마지막에 선보였던 이각과 박하의 결혼식 장면도 대본에는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이 없었어요."

이야기가 다채로웠던 만큼 그녀의 기억 속에 남은 장면들도 많았다. "박하가 왕세자와 심복 3인방에게 처음으로 오무라이스를 해주고 호통을 치던 장면들이 재밌었어요. 생크림신도 생각나요. 그 때까지만 해도 박유천씨랑 사이가 어색했는데 그래서 더 잘 표현된 거 같아요. 짙은 감정신이나 결혼식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아요. 그런데 무엇보다 (부용정 연못에) 몸을 던지는 신이 가장 인상 깊었죠. 부용이 독약을 먹긴 했지만 어찌 보면 자살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 감정연기를 해본 적이 었어 마음을 강하게 먹고 시도했지만 손이 떨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더라구요."

그녀는 상대 역인 박유천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유천씨랑 연기를 하고 나서 기존에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던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생겼어요. 유천씨는 제가 자극이 될 정도로 정말 열심히 연기했어요.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더라구요. 성실함에 있어서 1등이었고, 감수성도 타고 난 것 같아요."

드라마 종영 후 연기자들과 스태프들 사이에서 한지민이 박유천의 볼을 쓰다듬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그녀는 "단체 사진을 찍고 유천씨가 먼저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더라. 그런데 공간이 좁아서 어깨를 올릴 수도 없고 해서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처음부터 볼을 쓰다듬을 생각은 아니었다"며 웃었다.

그녀는 드라마의 내용처럼 환생을 믿느냐는 질문에 "죽음에 이르면서 혼까지 없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며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날 지 아닐 지 모르겠지만 혼이라는 게 몸을 빌려 잠깐 살다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극에 자주 출연했던 그녀는 "내가 전생에 조선시대에 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본적이 있다. 그런데 복잡한 궁인 아닌 자연속에 어울려 살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인간은 감정 때문에 머리 아플 때가 많으니까 환생을 한다면 나비가 어떨까 싶다. 물론 나비가 우리 드라마에서 상징성을 갖고 있기도 하고…"라며 웃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