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진짜 승부다. 완패를 당한 스페인전(1대4 패)은 카타르,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을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다. 최강희 감독도 경기 후 "평가전에서 나타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카타르전 준비를 잘 하겠다"고 했다. 최 감독이 스페인전에서 어떤 교훈을 얻고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관건이다.
반쪽짜리였던 최강희호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치른 이근호 김신욱 김영광 곽태휘 4명의 울산 선수들이 합류하며 비로소 완벽한 진용을 갖췄다. 지난달 21일 6명의 대표선수들이 모인 후 11일만이다. 베스트11 구축조차 어려웠던 스페인전에 비해 전술 운용폭이 넓어졌다. 시즌이 끝난 뒤 휴식을 취하던 해외파는 경기 감각을 회복했고, 국내파들은 시차 적응을 마쳤다. 선수들의 몸상태가 좋아지고 있는만큼,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내기 위한 최고의 조합을 찾는 것이 과제다.
▶섀도 스트라이커와 좌우 측면의 주인은 누구?
'원톱'은 사실상 이동국(전북)이 낙점됐다. 지동원(선덜랜드)은 스페인전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한차례 슈팅도 날리지 못하고 교체 아웃됐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카타르전에서는 확실한 한방이 필요하다. K-리그에서 꾸준히 골을 터뜨린 이동국은 '최 감독의 믿을맨'이다.
문제는 2선이다. 스페인전과 비교해 완전히 다른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손흥민(함부르크)이 그나마 좋은 모습을 보였다. 좌우에 포진한 염기훈(경찰청) 남태희(레퀴야)는 모두 부진했다. 섀도 스트라이커는 감기몸살에서 돌아온 김정우(전북)와 스페인전에서 캐논포를 터뜨린 김두현(경찰청)이 유력하다. 김정우는 득점력과 수비력에서. 김두현은 패스와 슈팅력에서 강점을 지닌다. 전북에서 이동국과 호흡을 맞춘 김정우가 유력하다.
좌우 측면은 최 감독이 가장 고민하는 포지션이다. 가동 자원은 많지만 확실한 선수가 없다. 일단 오른쪽 미드필더는 새롭게 합류한 이근호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이근호는 우즈베키스탄전과 쿠웨이트전에서 모두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전형적인 윙어는 아니지만 이동국과도 무난한 호흡을 보였다. 왼쪽은 염기훈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김치우(상주)가 모두 테스트를 받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경험 많은 염기훈이 앞서 있지만, 훈련 경과를 지켜보고 주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수비쪽 주전은 어느정도 윤곽, 문제는 조직력
더블볼란치(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기성용(셀틱)과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은 부상으로 스페인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의 공백은 컸다. 중원에서 연결고리를 잃어버린 한국대표팀은 시종 스페인 미드필드에 끌려다녔다. 수비 뿐만 아니라 정교한 패싱을 자랑하는 기성용의 복귀로 미드필드 운용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스페인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구자철이 다시 한번 신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과 어떤 호흡을 보일 것인지가 문제다. 자칫하면 이론상으로는 완벽하나 실전에서는 실패했던 잉글랜드의 '제라드-램파드' 조합이 될 수도 있다.
곽태휘는 낙제점을 보인 조용형(알라얀)의 자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용형이 카타르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정수(알사드)와의 호흡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최 감독에 의해 주장으로 낙점받은 곽태휘는 강력한 리더십 뿐만 아니라 몸싸움, 제공권 등에서 탁월하다. 이정수와도 오랜기간동안 호흡을 맞췄다는 장점이 있다. 무난한 활약을 한 좌우의 박주호(바젤), 최효진(상주)은 카타르전에도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수비진은 카타르전까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있는만큼 조직력 다지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스페인전처럼 뒷공간을 내줘서는 곤란하다. 골키퍼는 경험 많은 정성룡(수원)이 나설 것이 확실시 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