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낭만적이다."
돌아온 메이저리거 한화 박찬호(39)는 최근 안타까운 시간을 보냈다.
최근 선발 등판한 2경기에서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지난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올시즌 최고의 피칭(7이닝 5탈삼진 6안타 1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챙긴 기쁨도 잠시.
23일 KIA전과 29일 삼성전에서 2연패를 당했다. 23일 경기에서는 KIA 에이스 윤석민과의 부담스런 대결에서 6회까지 1실점으로 잘 버티다가 야수의 실책에 흔들리며 추가 3실점, 패전을 안았다.
29일 삼성전에서는 3⅔이닝 동안 7안타 5실점으로 올시즌 가장 저조한 컨디션을 보이며 또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한화 한대화 감독은 박찬호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생각보다 잘해주고 있다. 박찬호라도 없었으면…"이라고 대답한다.
외국인 선발 투수가 기량미달로 퇴출되는 등 선발 라인업에 구멍이 난 상황에서 최고참 박찬호라도 선발진에서 버텨주고 있는 게 다행인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 2경기를 제외한 이전 7경기에서 박찬호는 연착륙을 하고 있었다. 타선의 지원 등 운도 따르지 않아 2승(2패) 밖에 챙기지 못해서 그렇지 평균자책점 3.72로 연착륙하는 중이었다.
한화 마운드의 사정과 불혹의 나이, 같은 기간 에이스 류현진도 2승에 그친 점 등을 감안하면 팀내에서는 위안거리가 됐던 셈이다.
그랬던 박찬호가 23일 KIA전부터 주춤하기 시작했고, 팀 성적마저 좀처럼 최하위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바람에 마음고생이 심해졌다.
계속되는 팀 성적 부진의 상황에서 박찬호의 심경은 어떨까. 공식 인터뷰를 제외하고 좀처럼 접촉하기 힘든 그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힌트가 있다.
박찬호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야구는 낭만적이다'라는 제목으로 오랜 만에 글을 올렸다. KIA전에서 아쉽게 패전을 한 이튿날(24일) 올린 글이다.
한국야구로 복귀한 지 2개월째를 맞으면서 느끼는 심경이 묻어있다. 간결하지만 강렬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박찬호는 "야구는 승리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야구에서는 승리와 패배라는 결과보다 더욱 멋지고 낭만적인 연출들이 일어난다"는 말로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박찬호는 "그 속에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웃으며 감사해 하는가 하면 울면서 깨닫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찬호가 이 글을 쓰기 전날 KIA전 패배를 맛봤던 점을 감안하면 승패를 떠나 패배로 인한 고통에서 깨달음을 더 얻을 수 있다는 교훈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최근 삼성전 실패를 통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실은 "인내하고 노력하며 흘리는 땀방울속에서 삶의 의미를 얻는다"는 문장을 덧붙인 대목에서 잘 알 수 있다. 현재 자신을 둘러싼 여러가지 우울한 상황을 꾹 참고 헤쳐나가야 한다는 다짐을 새기고 있는 것이다.
박찬호는 "야구를 사랑한다는 건 내 삶을 사랑하는것이다. 야구는 끊임없이 내게 삶의 의미를 가르친다"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한 뒤 "오늘도 내 삶을 힘겹게 이끌어가는 이 녀석을 끝까지 신뢰할것이고 용서할 것이며 그의 열정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야구는 참 낭만적이다." 박찬호가 처음 겪게된 한국야구를 중간 결산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스스로 '날마다 새로워지는 박찬호'라고 지칭한 것처럼 마음은 아프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승화시키겠다는 각오도 빼놓지 않았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