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가 타격을 한 직후 홈런임을 직감하는 때는 언제일까.
타자들에게 물어보면 때리는 순간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한다. 그 느낌은 손으로 전달되고 눈은 타구를 바라보고, 발은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1루를 향하게 된다.
30일 잠실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경기에서 KIA 나지완은 9회 2사 1,3루서 민망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산 마무리 프록터의 공을 잡아당겨 좌측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려보냈는데, 나지완은 타구를 바라보며 1루를 향하던 도중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홈런임을 확신한 것이었다.
그러나 타구는 빨랫줄처럼 잘도 날아가다 펜스 상단을 때리고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나지완은 그제서야 전력질주했지만, 1루에서 멈춰서야 했고 3루주자 최희섭만이 홈을 밟았다. KIA가 1-4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홈런성 타구로 나지완은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홈런을 확신한 것은 나지완 뿐만이 아니었다. 3루주자 최희섭도 타구를 바라보며 홈런을 직감했는지 팔을 올려 환호했다. KIA 선수들도 3루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홈런을 확신하는 표정을 지었다. 결정적으로는 프록터의 행동이 홈런을 확신케 했다. 프록터는 150㎞짜리 직구를 던진 뒤 공이 나지완의 배트를 맞아 나가는 순간, 잠깐 타구를 본 뒤 고개를 돌렸다. 한복판 직구 실투가 정확히 배트 중심에 맞아 홈런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예상과 달리 타구는 펜스 꼭대기 1m를 남겨두고 더 이상 뻗지 못했다. 보통 타자들의 홈런 직감은 거의 빗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홈런이 될지 안될지 확신을 하지 못하는 경우 일단 전력질주를 하고 본다. 나지완처럼 김칫국 세리머니를 하고도 홈런이 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일단 나지완이 공을 정확히 받아친 것은 맞다. KIA 이건열 타격코치는 "지완이가 평소 930~940g 배트를 쓰는데, 상대 프록터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이다 보니 약간 가벼운 방망이를 들고 나간 것 같다.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맞아 나가는 각도가 조금 낮기도 했고, 약간은 먹힌 것일 수도 있다. 완전히 싱(芯·일본어)에 맞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보통 홈런 타구의 이상적인 각도는 27~30도 정도다. 이 코치는 나지완이 친 타구의 각도가 이보다 조금 낮았다고 본 것이다. 또 이 코치는 "잘 맞았다 하더라도 타구가 끝에 가서 드라이브가 걸리면 더 뻗지 못하고 뚝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완이의 타구가 바로 그랬다"고 덧붙였다. 배트 중심, 즉 스윗스팟(sweet spot)에 맞았지만 타구가 날아가는 동안 회전이 풀려 뻗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다. 보통 스윙할 때 공을 걷어올리는 느낌으로 치지 못할 때 드라이브가 걸린다.
나지완은 국내에서 직구 공략에 가장 능한 타자중 한 명이다. 지난 2009년 SK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을 떠올릴 수 있다. 나지완은 당시 5-5 동점이던 9회말 SK 채병용의 가운데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은 나지완이 처음이었다. 나지완은 프록터의 직구를 잡아당긴 직후 3년전 그 환희의 순간이 생각났을지도 모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