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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모터스포츠 현장, '한국 모터스포츠의 길을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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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터스포츠의 길, 일본에서 묻다!'

지난 2010년부터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빅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F1(포뮬러 원)이 한국에서 열리고 있지만, 모터스포츠는 여전히 한국인들에게 낯설다.

아시아에서 최고의 모터스포츠 강국은 역시 일본이다. 한국보다 무려 34년이 앞선 76년 F1 그랑프리를 최초로 개최하기 시작한 일본은 F1 외에도 포뮬러 닛폰, 슈퍼GT, 슈퍼 다이큐, ST600(모터바이크) 등 각종 클래스의 대회가 연중 열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산업과 스포츠가 결합된 모터스포츠는 야구, 축구 등과 더불어 일본인들에게 여전히 인기가 높지만 9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침체가 20년 넘게 지속되면서 그 관심은 예전같지 않다. 따라서 대회 운영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으로 적극적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모터스포츠, 그리고 경기장 주변 관광지와 연계시켜 해외 여행객까지 끌어들이는 '모터스포츠 관광' 등을 테마로 내세우고 있다.

일본 규슈의 오이타현 고원지역에 위치해 있으면서 후쿠오카현과 구마모토현, 미야자키현 등 주변 지자체와 연계해 모터스포츠 확산에 노력하고 있는 자동차 경주장 '오토폴리스'를 찾아 대중화의 싹을 틔우기 시작한 한국 모터스포츠의 길을 찾아봤다.



▶인기 부활을 꿈꾼다

26~27일에는 '포뮬러 닛폰', 'ST600' 등 포뮬러와 바이크 경기가 함께 개최됐다. 오토폴리스에서 열린 포뮬러 닛폰은 올 시즌 3번째 대회. 73년 '전일본 포뮬러 2000'이 모태가 된 포뮬러 닛폰은 여러번 규격과 명칭이 바뀌며 96년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정착됐다. 어느새 4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3400㏄에다 600마력, 최고 시속 310㎞ 등으로 F1 바로 밑단계인 GP2 수준의 클래스다. 지난 2008~2009년 F1 윌리엄스에서 활약했던 나카지마 카즈키(페트로나스)를 비롯해 12개팀 17명의 드라이버가 참가하고 있다. 그동안 20명의 F1 드라이버를 배출한 일본 모터스포츠의 산실이라 할 수 있다.

96년에는 '레이싱 황제'인 미하엘 슈마허의 친동생이자 F1 드라이버였던 랄프 슈마허(독일), 97년에는 현재 F1 HRT레이싱에서 뛰고 있는 페드로 데라 로사(스페인)가 각각 시즌 챔피언을 차지하기도 했다.

87년 F1 드라이버로 데뷔해 일본에 F1 붐을 일으켰던 나카지마 사토루, '일본에서 가장 빠른 남자'로 불렸던 호시노 카즈요시, 아이돌 가수 출신의 콘도 마사히코 등이 자신의 드라이버 경험을 살려 팀을 운영하고 있다. 대를 이어 인기가 계속되는 이유다.

올해도 11월까지 일본 전역을 돌며 7라운드의 대회를 연다. 이미 F1에서 팀을 운영했던 도요타와 혼다의 엔진을 활용하고 있다. 무겐팀의 정비를 담당하는 4minutes의 정영훈 대표는 "팀당 1년에 1억2000만~1억5000만엔(약 22억원)의 운영비를 쓴다"며 "한국인 F1 드라이버 양성을 위해 적극 활용해도 좋은 대회"라고 말했다.

포뮬러 닛폰의 운영주체인 재팬레이싱프로모션(JRP)의 시라이 히로시 사장은 "내년에는 한국의 강원 인제오토피아에서 대회를 진행하기 위해 협상중이다. 이를 시작으로 아시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며 "아시아 지역의 모터스포츠 수준을 높이고 활성화 시키기 위해 일본 모터스포츠의 노하우를 적극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 부활과 운영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서킷 버스 투어, 피트워크를 포함한 팀별 사인회, 피켓을 드는 기회 제공 등 다양한 이벤트가 눈에 띄었다. 시라이 사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자동차와 연계된 모터스포츠 인기가 떨어졌다. 이를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적극적으로 대회에 무료로 초청하고,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즐길거리를 만들고 있다"며 "연습 주행 시간이나 대회 기간 축소 등 경비 절감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함께 위기를 극복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진출은 대외적인 위기 타개책 가운데 하나다.

대내적인 노력은 경기장 주변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여행도 하고 레이싱도 즐기는 '모터스포츠 관광'의 활성화이다.

일본 버블경제가 절정이던 90년 문을 연 오토폴리스는 후지스피드웨이, 스즈카서킷 등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경주장이다. 오이타현과 구마모토현의 경계인 아소산 북쪽 지역의 고원지대에 만들어져 있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총길이는 4.674㎞, 902m의 직선로를 가지고 있어 F1을 제외한 어지간한 대회 개최가 가능하다. 포뮬러 닛폰을 시작으로 D1그랑프리, 슈퍼GT, 슈퍼 다이큐 등 빅 이벤트를 비롯해 11월까지 매주 주말 다양한 레이싱 대회가 열린다.

규슈 9개현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공동으로 '규슈관광추진기구'를 2007년 발족했다. 오토폴리스에서 열리는 대회와 연계해 주변 후쿠오카현, 구마모토현, 미야자키현, 오이타현 등 4개현이 합세한다.

규슈에서 가장 큰 도시인 후쿠오카로부터는 2시간20분 정도 소요된다. 구마모토시로부터는 70분, 구마모토 공항에선 40분이면 도착한다. 구마모토의 대표적 관광지는 여전히 화산 활동중인 아소산과 구마모토성이다. 아소산은 케이블카를 타면 쉽게 올라가 화산 분화구를 살필 수 있다. 아소산이 위치한 아소시는 이번 포뮬러 닛폰의 전야제 행사를 유치하기도 했다.

미야자키현의 북부 다카치호 지역과 오토폴리스가 가깝다. 다카치호 지역에는 12만년전 아소산의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져 침식된 다카치호 협곡이 있다. 마나이 폭포와 주상절리가 절경이다. 아마노이와토 신사는 단군이 일본인들에게 쌀을 전해줬다는 신화와 연계돼 있어 한국 관광객의 흥미를 더 끈다.

오이타현에는 일본 내에서도 유명한 아마가세온천이 오토폴리스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온천과 연계된 모터스포츠 관광이 가능하다. 벳부나 유후인 등 한국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온천 지역도 2시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전남 영암, 강원 태백과 인제 등 F1과 각종 레이싱 대회 개최를 위한 서킷을 가지고 있으면서 관람객 유치 방안을 찾고 있는 지자체가 참조할만한 대목이다.오이타현(일본)=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