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세계1위 마롱 꺾은 한국탁구 차세대 이상수는...

by

"그저 이겼다는 생각뿐이었다. 마롱이 긴장한 것 같았다."

'차세대 파이터' 이상수(21·삼성생명·60위)가 세계 1위 마롱을 꺾었다. 이상수에겐 '생애 최고의 순간', 마롱에겐 '생애 최악의 굴욕'이었다. 이상수는 19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코리아오픈탁구 16강전에서 세계 최강 마롱을 4대1(10-6 11-9 11-13 11-9 11-9)로 꺾었다. 안방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최대의 파란이다. 이상수가 이철승 남자대표팀 코치와 뜨겁게 끌어안는 순간, 관중들이 모두 일어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상수는 지난해 3월 폴란드오픈 남자단식에서 우승했다. 7월 코리아오픈 남자단식에선 준우승했다. 국내보다 국제무대에서 강했다. 김민석(KGC인삼공사) 서현덕(삼성생명) 정영식(대우증권) 정상은(삼성생명) 등 또래 라이벌 가운데 국제탁구연맹(ITTF) 공인 오픈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건 이상수가 유일하다.

중국 톱랭커를 꺾은 것 역시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중국오픈 남자단식 1회전(32강)에서 왼손 에이스 쉬신(4위)을 4대2로 꺾은 전력이 있다. 안방에서 세계 1위 마롱을 꺾으며 저력을 과시했다. 마롱과 생애 세번째 만남에서 짜릿한 승리를 낚았다. 이상수는 전날 세계 20위 지앙티아니(홍콩)를 4대0으로 완파하고 16강에 올랐다. 벤치에 돌아온 그를 향해 동료들이 "어이~ 오픈대회 사나이"라며 축하를 건넸다.

마롱과의 16강전을 앞두고 "잠을 푹 잘 잤다"고 했다. 부담없이 경기에 임했다. "어떻게 이겼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한포인트 한포인트 경기에만 집중했다. 서브구가 라켓에 닿자마자 2-3구를 작정하고 공략했다. 마롱의 특기인 테이블 위 쇼트플레이의 길목을 지켰다. 귀신같이 알고 맥을 끊어냈다. 수를 읽혀버린 마롱이 당황하는 순간, 이상수의 강력한 백드라이브가 빛을 발했다. '닥공(닥치고 공격)'이었다. 경기 후 이상수는 "반박자 빠른 공격력과 백핸드드라이브가 내 장점이다. 마롱이 긴장한 것 같았다"고 했다. 이상수의 거침없는 파이팅에 세계 1위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4년 전 삼성생명 입단 때부터 이상수를 줄곧 지켜봐온 강문수 남자대표팀 총감독(삼성생명 총감독)은 틈만 나면 "상수는 말이 필요없는 선수다. 저런 선수가 잘돼야 한다"고 애정을 표했었다. 강 감독의 애제자다. 오죽하면 유승민(삼성생명)이 '강 감독의 아들'이라며 '강상수'라고 대놓고 농담할 정도다. "승패와 무관하게 경기 내용이 좋고, 경기 외적인 자기관리 면에서 워낙 성실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상수는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탁구를 보여줄 것이다. '대기만성형'재목이다. 백드라이브의 파워에 비해 포어드라이브의 유연성이나 안정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성실한 선수이기때문에 반드시 극복할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목표가 뚜렷하다. 탁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의 말대로 이상수의 목표는 뚜렷했다. 이번 대회에도 결연한 각오로 임했다. 지난해 코리아오픈에서 준우승했지만 당시엔 중국 톱랭커들이 출전하지 않았다. "중국 톱랭커들이 모두 나온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만리장성을 상대로 지레 겁먹지 않았다. 성실히 준비했고 당당하게 맞섰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6년 브라질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당찬 꿈을 밝혔다.

세계 챔피언 마롱을 꺾은 이상수, 이날만큼은 박지성, 김연아도 부럽잖은 최고의 스타였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이상수를 향해 꼬마 탁구팬 수십명이 일시에 몰려들었다. '친절한 상수씨'가 뜨거운 사인공세에 환한 미소로 응했다.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