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세상을 열어젖힌 애플, 그리고 이의 대중화를 이끈 삼성전자는 전세계를 무대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이폰3GS'와 '갤럭시S', 그리고 '아이폰4'와 '갤럭시S2'에 이어 올해는 '아이폰5'와 '갤럭시S3'가 정면 대결을 앞두고 있다. 자신들의 원천기술이나 디자인을 도용당했다며 세계 곳곳에서 소송전을 벌이는 한편 양사 CEO들의 은근한 신경전, 비교광고 등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치열한 경쟁이 있기에 양사 모두 자극을 받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분명 소비자들은 선택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게임계에서도 삼성전자-애플과 같은 한국과 미국 회사의 경쟁구도가 존재한다. 엔씨소프트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대결이 바로 그것이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패키지 게임의 바이블과 같은 히트작을 만들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 탄생에 큰 영감을 줬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 시리즈의 성공은 거꾸로 블리자드에 자극이 됐다. 온라인 플랫폼의 파괴력을 확인한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집대성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2005년에 탄생시켰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2008년 신작 '아이온'에 상당한 자극과 영향을 끼쳤다.
서로를 '존경'하는 관계. 하지만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일 수는 없는 노릇. 공교롭게 올해 양 사는 대표작을 동시에 선보인다. 엔씨소프트는 MMORPG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을, 그리고 블리자드는 액션 RPG '디아블로3'이다.
장르는 조금 다르지만, 두 게임은 각사의 명운을 쥐고 있기에 비장감은 남다르다. '아이온'의 인기가 꺾이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엔씨소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유저 급감으로 창사 후 첫 대량감원이라는 고비에 선 블리자드이기에 더욱 그렇다.
일단 '디아블로3'가 5월15일 출시 일정을 잡으며 기선을 잡은 가운데 '블소'는 경쟁작의 출시일 전후로 마지막 테스트라 할 수 있는 3차 비공개테스트(CBT)를 실시하며 맞불을 놓았다. 외산 게임의 공세에 국산 게임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블소'는 엔씨소프트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무협 MMORPG이다. 기존 히트작들이 서양 판타지를 모티브로 했다면, 이제는 동양 판타지인 무협이 이를 대신한다. 5년간 무려 500억원 가까이 투입, 한국 문화 콘텐츠의 제작비 가운데 최고 액수를 자랑한다.
사운드, 그래픽, 운영 등 15년동안 쌓아온 정량적 역량을 바탕으로 정성적 요소라 할 수 있는 기획과 시나리오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지난 21일 '소울파티'를 통해 신규 직업인 '소환사'와 소환사가 부리는 '소환수'을 비롯한 새로운 콘텐츠를 공개했다. 28일까지 공식 홈페이지(bns.plaync.co.kr)를 통해 3차 CBT 테스터 신청을 받으며, 지난해 진행된 1,2차 CBT 참가자들은 25일부터 5월8일까지 사전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전세계 누적 판매량이 2000만장에 이를 정도로 블리자드의 대표작이다. '블소'와 비슷한 개발기간이 들었고, 제작비는 2배 이상 들었다. 12년만에 선보이는 시리즈 신작답게 기존 패키지 게임의 장점에다 온라인 게임의 확장성까지 접목됐다.
5월15일 전세계 동시출시를 앞두고 한국에선 25일부터 비공개 베타 서비스가 실시된다. 이에 앞서 24일 '디아블로3'의 게임 디렉터인 제이 윌슨이 방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윌슨은 "'디아블로3'에 대한 한국 게이머들의 기대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비슷한 시기에 '블소'가 테스트를 해서 좋은 경쟁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유저들은 야만용사, 악마사냥꾼, 수도사, 부두술사, 마법사 등 5가지 캐릭터 중 하나를 택해 신 트리스트럼의 경계를 넘어 탐험하며 적과 전투를 벌인 후 해골왕과의 대결까지 경험해볼 수 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