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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불펜의 소금, 35세 이정훈이 사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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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의 우완투수 이정훈(35)은 엉뚱하게도 지난달 29일 김병현의 시범경기 롯데전 첫 등판 때 화제가 됐다. 부산 원정경기였는데 원정 유니폼을 빠트린 김병현이 선배인 이정훈 유니폼을 빌려 입고 등판했기 때문이다.

1996년 동래고를 졸업하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으니 올해로 프로 17년 차, 넥센 투수 최고참이다.

롯데 시절 참 다양한 경험을 했다. 선발투수, 중간계투, 마무리까지 섭렵했다. 2000년대 초반 롯데 야구의 암흑기와 2000년대 말 롯데 야구의 부활을 함께했다.

당연히 고향팀 롯데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할 줄 알았단다. 그런데 2010년 시즌이 끝나고 이정훈은 넥센으로 트레이드가 됐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롯데에 대한 섭섭함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이정훈은 아쉬움을 모두 마음에 묻었다고 했다.

부산 토박이로 부산에서만 야구를 한 그에게는 이적은 제2 야구인생의 시작이었다. 부산집에 아내와 두 아들 태경(11) 태윤(7)이를 두고 상경했다. 야구도시 부산에서 야구선수 아빠를 영웅으로 알고 있던 두 아들이 눈에 밟혔다.

목동구장 근처에 원룸을 얻었다. 태어나서 처음하는 나홀로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이정훈은 요즘 자전거로 5분 거리인 5평짜리 원룸과 목동구장을 오가고 있다.

지난해 9평 남짓한 방에서 살았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 올해는 5평짜리 원룸으로 옮겼다.

지난해 넥센 이적 후 시즌 때 두 아들을 본 게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이들 방학 때 그의 좁은 원룸은 생기가 넘쳤다.

지난 시즌 44경기에 등판해 52⅔이닝을 던져 3승3패1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3.78. 롯데를 떠나면서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았다. 롯데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0년(3승9패1세이부5홀드, 평균자책점 6.85)보다 훨씬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연봉도 8200만원으로 1000만원쯤 올랐다. 그러나 프로 17년차로서 성에 차지 않는 금액이다.

이정훈은 24일 LG와의 잠실 주중 1차전을 앞두고 부산에서 올라왔다. 모처럼 부산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오전 7시쯤 일어났다. "아빠, 오늘도 잘해"라는 첫째 태경이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3-3으로 맞선 연장 11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11회, 12회 두 이닝을 연속으로 삼자범퇴로 완벽하게 처리했다. 12회초 타선이 폭발해 넥센은 7대4로 이겼고, 이정훈은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시즌 초반이지만 이정훈은 불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넥센에서 소금과 같은 존재다. 3경기에 등판해 4⅓이닝을 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17년 프로 경력은 거저 얹어진 게 아니었다.

베테랑이 살아남으려면 구위도 좋아야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상대 타자 분석이다. 매경기 등판 대기해야하는 이정훈은 경기 내내 상대 타자의 노림수와 컨디션을 꼼꼼하게 체크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올해 이정훈의 직구 최고 시속은 144km. 그는 "140km 아래로 속도가 떨어지면 상대 타자가 공을 보고 칠 수 있다. 변화구 의존도가 높아지면 상대 타자가 변화구 하나만 보고 노려치게 된다. 140km대 직구를 유지하면서 상대 타자의 빈틈을 노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24일 LG전 12회 초 선두타자 이대형을 바깥쪽에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던져 삼진을 잡았고, 마지막 타자 심광호는 바깥쪽 높은 직구로 삼진처리했다. 두 타자의 마음을 읽고 역으로 공략을 한 것이다.

이정훈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올시즌 풀타임으로 뛰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되는데, 이번 시즌이 끝난 뒤 넥센과 2년 재계약을 하는 것이다. 재계약에 성공하면 가족을 서울로 부를 생각이란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