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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LG 유원상, 선발급 철벽 불펜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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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저보고 선발급 중간투수래요. 계속 방어율 0을 이어가고 싶어요."

환골탈태(換骨奪胎). 올시즌 LG 유원상에게 딱 어울리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유원상은 LG 마운드의 키플레이어와도 같다. 언제든 선발 뒤에서 길게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른바 스윙맨 역할이다. 선발투수가 다소 빨리 마운드를 내려갔을 때, 또는 동점이나 근소한 점수차로 지고 있을 때. LG 벤치는 언제나 유원상을 찾는다.

21일까지 6경기에 나서 9⅓이닝을 던져 1홀드 방어율 0을 기록중이다. 자신이 내보낸 주자는 물론, 바로 앞에 던진 투수의 자책점도 막아줬다. 앞선 투수가 남겨놓은 주자는 총 4명이었다. 유원상은 단 한차례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도 0이다.

유원상은 전지훈련 때 선발로 몸을 만들다 갑작스레 보직을 변경했다. 팀에 고만고만한 선발 자원이 많기에 유원상을 불펜으로 돌린 것이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당시 "불펜으로 갔을 때 선발 후보 중 유원상이 가장 좋은 공을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유원상은 본인이 가진 장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140㎞대 중반의 직구를 원하는 곳에 정확히 넣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낮은 곳, 또는 구석구석으로 제구가 잘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선발로 던질 때와 달리 직구와 슬라이더, 단조로운 패턴으로 승부를 보는데 이게 통하고 있다. 직구의 구위가 좋으니 슬라이더의 효과 또한 배가됐다.

유원상에게 호투 비결을 묻자 "볼 개수를 줄이자는 생각에 빠른 템포를 가져가고 있다. 야수 선배들도 그게 투수한테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빨리 승부하니 타자들과 수싸움이 편해졌다"고 답했다. 기술적으로는 투구시 팔의 백스윙(공을 던지기 전 뒤로 가져가는 동작)을 짧게 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보직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2006년 한화에 1차 지명된 뒤 꾸준히 선발 기회를 부여받았던 그다. 유원상은 "캠프 때까지는 선발과 중간 모두 준비했다. 아쉬운 부분은 분명히 있다"며 "그래도 캠프 때 선발로 운동을 해서 지금 중간에서 던지는데 체력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 만족스럽다. 중간에서 더 많이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코치님께서 선발도 아닌데 선발투수랑 운동을 똑같이 시키신다. 난 선발급 중간투수다"라며 웃었다.

유원상은 등판시 기록과는 거리가 멀 때 등판한다. 이는 스윙맨의 숙명과도 같다. 팀 타선의 도움으로 구원승을 올리는 것 아니라면, 홀드나 세이브는 기록하기 쉽지 않다. 유원상은 "나가는 상황이 그런 것이니 상관없다. 기록은 없어도 된다. 승패, 홀드도 없고 모든 기록이 0이었다. 방어율도 계속 0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원상은 20일 잠실 SK전서 홀드를 기록했다. 시즌 첫 홀드. 선발 주키치 뒤에 나와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리즈에게 세이브 기회를 연결시켜줬다. 이제 그가 말한 '모든 기록 0'은 깨졌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철벽불펜 모드라면 방어율 0 행진을 기대해볼 만 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