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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야구, 아무도 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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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국내와 아시아를 호령했던 삼성 야구가 2012시즌 초반 졸전을 펼치고 있다. 18일까지 9경기에서 3승6패. 아직 깨알같이 많은 경기가 남았다. 금방 분위기를 반전, 언제 그랬냐는 듯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보여줄 힘을 갖고 있다. 선수들의 객관적인 기량 만큼은 지금도 여전히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삼성이 보여준 야구는 팬들의 원성을 살 소지가 충분하다. 삼성은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지키는 야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시원한 방망이쇼를 펼치지도 않았다.

삼성의 지금 모습은 분명히 강팀이 아니다. 강팀은 연패를 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삼성은 3연패→3연승→3연패로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다. 야구 페넌트레이스는 1주일에 6경기씩 약 6개월간의 대장정이라 아무리 강팀이라도 항상 좋을 수는 없다. 또 한명의 특정 선수가 계속 히어로급 활약을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잘 풀리는 팀에는 돌아가면서 '미치는 선수'가 나오는 법이다. 반대로 요즘 삼성 같이 안 풀리는 팀은 서로 미쳐주기를 바랄 뿐 누구도 스스로 미치려고 하지 않는다.

삼성의 최근 3연승의 시작이었던 지난 12일 KIA전(10대2)에선 무명 김헌곤의 한방이 도화선이 됐다. 김헌곤이 물꼬를 터자 그 다음 경기에선 박석민과 이승엽이 차례로 결승타를 쳐 넥센과의 2연전(2대0, 4대1)을 연달아 잡았다.

그 이후 3연패를 당한 삼성에는 매경기 다른 문제가 노출됐다. 15일 넥센전(7대10)에선 삼성 마운드가 무너졌다. 선발 차우찬, 중간 불펜 정현욱이 기대이하의 투구를 했다. 17일 두산전(1대9)에선 선발 장원삼이 1회 8실점으로 무기력하게 무너지면서 경기를 망쳤다. 18일 두산전(3대4)에선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상황에선 나온 강명구의 무리한 베이스러닝이 홈에서 태그아웃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삼성의 올해 팀 슬로건은 'Yes, one more time(예스 원 모어 타임)'이다. 지난해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더 재현하자는 의지를 담았다. 그러나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삼성 야구는 감동을 논하기에 앞서 재미가 없다. 특히 최근 두산과의 2연전에선 상대팀 페이스에 완전히 끌려다녔다. 두산 선수들이 활개를 칠 때 보란듯이 삼성 야구로 맞상대하는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지난 9경기에서 드러난 삼성의 팀 기록은 모두 중간 아래다. 팀 평균자책점 4위(4.08), 팀 타율 6위(0.237), 팀 홈런 6위(2개) 등이다. 삼성은 팀 타선이 불을 내뿜는 스타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강력한 마운드로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기록으로 볼때 타자들이 놀라운 기량 발전을 하지 않았다면 올해 역시 삼성 야구는 마운드가 최강의 실력을 보여주어야 2연패가 가능해진다. 초반 부진을 씻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면 타자 중 누군가 독불장군 처럼 치고 나오는 미친 선수가 있어야 한다. 9경기째 홈런포가 침묵하고 있는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시즌 타율 2할), 타점이 하나도 없는 채태인(시즌 타율 2할2푼2리), 2011년 신인왕 배영섭(시즌 타율 1할4푼3리) 중 한 명만 치고 올라와도 삼성 야구는 달라질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