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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바이'-'선녀가 필요해', 시트콤 전쟁 불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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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시트콤이 평일 저녁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KBS2 '선녀가 필요해'와 MBC '스탠바이'가 그 주인공. 두 작품의 엎치락뒤치락 시청률 경쟁이 자못 흥미진진하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이은 '스탠바이'는 9일 첫 방송부터 전국 시청률 7.1%(AGB닐슨)를 기록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날 '선녀가 필요해'는 시청률 5.5%로 주춤 물러섰다. 그러나 며칠 뒤 4·11 총선을 계기로 판도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스탠바이'가 개표방송으로 인해 결방된 틈을 타 시청률이 7.2%까지 오른 '선녀가 필요해'는 13일 6.9%로 '스탠바이'와 동률을 이뤘고, 16일엔 6.8%의 시청률을 나타내 5.8%를 기록한 '스탠바이'를 앞질렀다. 17일 역시 마찬가지. '선녀가 필요해'는 5.7%, '스탠바이'는 4.8%를 나타냈다. 이같은 전세 뒤집기는 불과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사실 시청률 숫자로만 보면 둘 다 썩 좋은 성적표는 아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비판보다는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가 더 높다.

'선녀가 필요해'는 2008년 '못 말리는 결혼' 이후 KBS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야심작으로, 지상에 내려온 선녀 왕모(심혜진)와 채화(황우슬혜) 모녀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펼쳐내고 있다. 선녀들의 지상 적응기는 꽤나 험난하다. 특이한 옷차림으로 행인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선녀 옷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를 가려다가 사기를 당해 가진 돈을 모두 잃고 쪽방촌 생활을 시작했다. 일찍부터 남편 없이 딸을 홀로 키워온 선녀 엄마 왕모는 '하늘나라' 출신이지만 세상의 모진 풍파를 모두 겪은 듯 억척스럽다.

방송가의 생활도 만만치 않다. '스탠바이'는 TV11이라는 가상의 방송국을 배경으로 예능PD와 작가, 아나운서 등 방송가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다. 이름이 진행인데도 방송사고를 달고 사는 아나운서 류진행(류진)의 직장생활은 시시때때로 위기를 맞는다. 상사에게 치이고 부하에게 밀리는 진행의 모습에는 직장인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다.

배우들의 연기 변신도 볼거리다. 진중한 이미지로 굳어질 뻔했던 차인표는 '선녀가 필요해'에서 트레이드마크 같은 '분노의 양치질'을 발전시켜 '분노의 연필깎기'와 '분노의 훌라후프'를 선보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몸개그를 쏟아내는 그의 열연은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안녕 프란체스카'로 시트콤을 경험한 심혜진과 첫 시트콤 연기에 도전한 황우슬혜의 호흡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시청자는 "은근한 저력 심혜진, 끌리는 매력 황우슬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스탠바이'에는 류진이 있다. 류진은 '실장님' 같은 반듯함과 진지함을 유지하면서도 실수투성이에 결벽증까지 있는 류진행 캐릭터를 망가지지 않고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강했던 김수현도 '겨털녀' 변신까지 감행하며 극에 색다른 재미를 보탠다.

두 시트콤의 불꽃 튀는 경쟁을 이끄는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선녀가 필요해'는 '안녕 프란체스카'에 출연했던 심혜진, 박희진, 이두일이 다시 뭉쳤고, 기획단계에 고 신정구 작가가 참여했다. '스탠바이'는 '논스톱' '태희혜교지현이' '몽땅 내 사랑' 등을 만든 전진수 PD가 연출을 맡았다. 두 작품 모두 캐릭터를 단단하게 구축한 위에 드라마를 짜임새 있게 배치하고 이를 연속성 있게 발전시켜 "정극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시트콤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너무 이른 시간에 방송하는 것 같다. 그래서 꼭 다시보기로 찾아본다" "정말 재미있는데 시청률이 아쉽다" "유치함도 억지스러움도 없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공통된 시청평이 올라와 있다. 두 시트콤이 펼치는 경쟁 덕에 안방극장의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