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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독려-투표 인증샷 봇물, 스타들의 사회 참여 확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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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아침부터 스타들이 발걸음이 분주했다. '투표인증샷'도 릴레이하듯 쏟아졌다. 일찌감치 투표를 마친 이효리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고, 투표율 70%를 넘기면 윗옷을 벗겠다는 공약을 조기 이행했던 김제동도 "세수는 안 했다"면서 인증샷을 남겼다. 케이윌과 슈퍼주니어 이특도 투표를 했고, 태어날 때부터 평생 마포에서 살아온 '오리지널 마포인' 김정민은 가족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이제 투표인증샷은 선거날마다 볼 수 있는 진풍경이 됐다.

이번 총선에서도 투표 열기를 부채질 하는 데 스타들의 투표 독려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셜테이너, 폴리테이너라는 말이 일반화됐을 만큼 스타들의 정치적 영향력도 점점 확대되고 있고, 예전보다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스타들도 많아졌다. 이유가 뭘까?

▶SNS, 스타들에게 발언권 부여

과거엔 스타들이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창구도 없었을뿐더러,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을 상당히 민감해했다. 당파성 논란에 휩싸이면 활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런 논란은 여전히 존재하고, 김제동이나 김미화처럼 외압에 의한 퇴출 논란을 겪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SNS의 보편화는 '목소리를 낸다'는 것에 대한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줬다. 스타들은 SNS를 통해 언제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수도 있고,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을 하면서 스타와 팬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자연스럽게 스타들의 영향력도 커졌다.

여기에 우리나라만의 SNS 문화도 스타들의 사회 참여를 독려했다. 일상의 신변잡기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슈가 가장 발빠르게 생산되고 퍼져나가는 곳이 SNS다. 선거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유독 우리나라에선 SNS를 통한 정치 참여가 활발하다. 더구나 '투표'라는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스타라고 예외일 수 없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대 이상 성인남녀 8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인증샷의 영향을 받는가'에 대한 조사에서도 무려 절반이 '그렇다'(매우 영향을 받는다 12.8%+조금 영향을 받는다 38.2%)고 답했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는 연예인과 방송인을 꼽은 사람이 무려 53.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실제로 스타들의 투표인증샷이 투표 독려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팬들은 '개념 찬 스타'를 원한다

팬들은 스타들에게 유명세에 걸맞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요구한다. 심심찮게 스타들의 병역 문제가 터져나오는 것이나 대학 특례입학이 문제시 되는 것도, 스타를 '공인'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아이유와 유승호가 여러 대학으로부터 입학 제안을 받고도 거절한 것이나, 현빈의 해병대 자원입대가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킨 것은 팬들이 스타들에게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받은 만큼 돌려주라'는 요구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책임 요구다. 바쁜 활동 중에도 틈틈이 봉사활동을 하고 지속적으로 기부활동을 펼치는 스타들이 늘어난 것 또한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동시에 스타들의 이미지에도 플러스 효과를 주고 있다. 화려한 겉모습에 이른 바 '개념'까지 보태지면, 스타들의 이미지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30대가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이런 '개념 찬 스타'들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열기가 높아지면서 최근엔 선거를 하나의 이벤트와 축제처럼 즐기는 사회 분위기가 마련됐다. 덕분에 스타들이 적극적으로 투표를 독려하거나 사회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스타들의 이색 공약, 볼 수 있을까?

투표인증샷뿐만 아니라 이색 공약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예인을 비롯해 수많은 유명인들이 "4.11총선에서 투표율이 70%를 넘기면 ○○을 하겠다"는 약속을 내걸고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냈다.

투표율 70%를 넘기면 공개하겠다던 상반신을 미리 보여준 김제동에 대해, 김제동의 매니저는 한발 더 나아가 "투표율 70%를 넘기면 김제동을 한달 안에 꼭 결혼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연극 '여교수와 여제자2'에 출연 중인 엄다혜는 투표율을 달성할 경우 모든 관람객과 알몸으로 사진을 찍겠다고 말했고, 달샤벳 아영도 명동에서 무반주 댄스를 추겠다고 약속했다. "일주일간 '순악질 여사' 복장을 하고 '일자눈썹'을 하고 다니겠다"던 김미화는 실제로 11일 오전 "투표율 70%를 넘길 걸 확신한다"며 '순악질 여사' 차림으로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소설가 이외수는 자신의 상징해온 긴 머리를 싹둑 자르겠다는 '삭발' 공약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춤추며 노래 부르겠다"는 공약을, 강금실 전 법무 장관은 "이효리의 '텐 미니츠(10 minutes)' 춤을 추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망사스타킹을 신겠다는 조국 서울대 교수의 말에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망사스타킹을 얼굴에 쓰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투표 독려 메시지도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곽현화는 상반신 노출을 감행하며 메시지를 전달했고, 낸시랭은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과 홍대, 여의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비키니 차림으로 게릴라 퍼포먼스를 펼쳤다. 최효종도 '개그콘서트' 무대에서 "대국민 서바이벌로 국회의원을 뽑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