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였다.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를 거쳤다. 한때 억대 연봉을 받으며 기대를 받았다. 어느 순간 그라운드에서 사라졌다.
A선수는 27세에 불과하다. 한창 그라운드를 누빌 나이다. 박주영(아스널) 이근호(울산) 백지훈(상주) 또래다. 과거는 화려했다. 수도권 명문 구단에서 사랑을 받았다. 2006년 프로에 입단한 그는 첫 해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 구단에서 4시즌동안 59경기에 출전했다. 오른쪽 윙백이었지만 왼쪽 수비도 가능했다. 스피드와 투지, 오버래핑, 중거리 슈팅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꽃이 피기 전 방황이 시작됐다. 인터넷 도박의 덫에 걸렸다. '시간 때우기'위해 시작된 일탈은 걷잡을 수 없었다. 그의 주위도 검은손이 가득했다. '사탕발림'에 영혼을 빼앗겼다. 연봉은 고스란히 도박판으로 흘러갔다. 이곳저곳에서 돈을 빌렸다. 받아야 할 연봉에 차압이 들어오기도 했다. 꽃은 시들었다. 지방 구단을 거쳐 지난해 새 팀으로 이적했지만 시즌도 끝나기 전 방출됐다. 갖고 있는 재산마저 모두 탕진하면서 축구화를 벗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지난해 가을 축구계에서 소리 소문없이 떠났다. 그의 잠재력을 아끼는 지인들은 아마추어 리그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이미 바람난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순 없었다. 축구판에서 종적을 감췄다. 그는 최근 광주서부경찰서에 사기혐의로 피소됐다. 지인에게 빌린 돈을 고스란히 인터넷 도박판에 갖다바쳤다. 서부경찰서는 "고소가 접수된만큼 A선수를 조만간에 소환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승부조작이 K-리그를 뒤흔들었다. A선수를 향해서도 시선이 따가웠다. 검찰이 아닌 프로축구연맹에서 조사를 받았다. 무혐의로 결론났다. 굴레는 벗어난 듯 했지만 도박은 중독이었다.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축구 선수로선 지옥으로 떨어졌다. 회생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로 선수 생활은 고독하고 힘들다. 훈련과 경기의 연속이다. 그라운드에 뛰기 위해서는 살아남아야 한다. 매번 피를 말릴 정도로 치열하게 경쟁한다. 박지성(맨유)도 프로 생활을 '창살없는 감옥에 있는 것과 같다'고 얘기할 정도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 쉽지 않다. 유혹의 구렁텅이가 도처에 깔려있다. 또래 일반인들이 받지 못하는 큰 돈을 한번에 거머쥐게 된다. 씀씀이가 커진다. 스트레스 해소 방향을 잘못 잡으면 악의 손아귀에서 놀아난다. 주변에 '파리'들도 꼬인다. 저마다 '친한 형' 행세를 한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도와준다. 그러다가 마성을 드러낸다. 이런 식으로 어두운 세계에서 허우적대다 사라진 선수들이 꽤 있다. A선수도 마찬가지다.
대책은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매년 신인선수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데려와 재무 설계나 자기관리법 등을 가르친다. 하지만 일회성 성격이 짙다. 각 구단별로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
A선수의 타락은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선수들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A선수도 아직 늦지 않았다. 인생은 길다. 한 순간의 방황과 실수는 있을 수 있다. 그라운드는 그 자리에 있다. 김성원 이 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