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찬호(39)가 올시즌 선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가 한국으로 복귀해서 처음 치르는 올시즌에 선발과 불펜 가운데 어떤 보직을 맡게 되느냐는 팬들에게 큰 관심사였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시범경기 개막 이전까지만 해도 올시즌 선발 투수진 활용방안에 대해 1선발 류현진만 확실하고 나머지는 경쟁해봐야 안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그리고는 박찬호의 활용방안에 대해 보안유지 입장을 고수하며 애매한 답변으로 피해갔다. 하지만 한 감독 특유의 '애매한 화법'을 유심히 되짚어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박찬호 등판 일정의 경우도 그랬다. 한 감독은 당초 상대팀이 면밀하게 분석하고 나올 우려가 있기 때문에 등판 일정을 사전 누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농담성 발언일 뿐 넌지시 힌트를 통해 스스로 누설(?)한다. 28일 SK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서울구경 시켜줘야겠다"며 박찬호의 30일 잠실구장 LG전 등판을 암시한 게 대표적인 예다.
결국 박찬호의 올시즌 활용방안도 슬쩍 던진 힌트를 통해 암시했다. 한 감독은 "박찬호가 적지 않은 나이에 뛰고 있다. 그런 선수가 중간에 대기하도록 한다는 게 쉽지 않을 일"이라고 마음 깊은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한 감독은 "투수가 중간에서 대기하면 체력적으로 더 힘들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찬호를 선발요원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박찬호의 나이와 한국야구에서의 입지 등을 생각할 때 중간계투 자원으로 매경기 언제 떨어질지 모를 출격명령을 기다리고 있게 하는 것은 박찬호 개인은 물론 한 감독에세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로써 한화의 올시즌 선발 마운드 구상은 완성돼가고 있다. 에이스 류현진을 필두로 안승민, 양 훈, 박찬호 등 4명이 선발진에 이름에 올렸고, 나머지 1자리를 놓고 용병 배스와 김혁민이 경쟁하는 구도가 될 전망이다. 안승민과 양 훈은 한 감독이 일찌감치 선발 자원으로 합격점을 준 기대주들이다.
한화로서는 박찬호를 선발로 활용하는 게 모험일 수 있다. 아직 어떤 활약을 펼칠지 미지수다.
박찬호는 지난 21일 청주 롯데전에 시범경기 처음으로 선발 등판해 다소 부진했다. 이날 박찬호는 3⅓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 안타 6개를 허용했고 4실점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SK와의 연습경기에서도 2⅔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가진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 4⅓이닝 동안 5탈삼진, 2안타, 1사구, 1실점(비자책)으로 기대감을 높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원칙과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원칙은 에이스 류현진의 등판 주기를 최우선시 하고 박찬호를 위한 특별 배려는 없다는 것이다. 한 감독은 "류현진의 경우 5일 휴식한 뒤 6일째 던질 때가 가장 좋다. 류현진의 등판 주기를 중심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운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찬호에게 과제도 안겼다. 마음을 살짝 비우라는 것이다. 한 감독은 "박찬호는 스프링캠프때 잘했다. 한데 그 때보다 더 잘하려고 하니까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면서 "스프링캠프를 기억하고 마음의 부담을 덜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