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한다고 하면 '빗자루질 잘하겠네'하고 놀리던 사람들도 모두 축하해주더라."
'기적의 드라마'를 쓴 여자컬링대표팀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야말로 금의환향이다. 초라하게 캐나다를 떠났던 여자대표팀은 따뜻한 환대속에 고향땅을 밟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금새 환한 모습으로 환호를 즐겼다.
스톤의 진로를 선택하고, 팀의 마지막 샷을 던지는 '스킵' 김지선(25)은 "얼떨떨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서 있으니 우리가 정말 큰 일을 해냈다는 실감이 난다"고 했다. '맏언니' 신미성(34)도 "고된 훈련 뒤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우리가 직접 밥을 해먹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좋은 기억이다"는 소감을 밝혔다.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당초 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점점 좋아지고 있었지만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단 2승(9패)에 그쳤던 대표팀이다. 그러나 달라진 모습으로 세계적인 강호들을 무너뜨렸다. 김지선은 "감독님이 함께 해주셔서 안정감을 더했다. 한경기 한경기 치르면서 자신감도 쌓였다"며 승리 비결을 밝혔다. 신미성은 "첫 경기에는 얼음에 적응하지 못했다. 얼음에 적응하기 시작하니까 우리의 장점인 팀워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대표팀이 꼽는 최고의 순간은 스웨덴전 승리였다. 한국은 세계최강 스웨덴을 9대8로 꺾으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김지선은 "9엔드에 어려운 샷이 있었다. 불가능하지는 않았지만 '해낼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컸다. 이 샷을 성공시키고 난 뒤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며 당시를 술회했다. 신미성도 "스웨덴 이기고서는 우리가 금메달을 딸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웃었다.
플레이오프에서 스위스에 무너지고, 3~4위전에서 캐나다에 패했지만, 모두가 한국을 향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기적을 연출한 여자대표팀은 대회 최고의 인기팀이었다. 김지선은 "다들 놀랍다고 하더라. 달라진 비결을 묻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대표팀 선수단과 관계자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구동성으로 지원과 인프라 구축을 호소했다. 대표팀의 공식 훈련장인 태릉선수촌 내 컬링 전용구장은 전문 관리인이 없어 상태가 좋지 않다. 습도와 온도 등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북유럽 경기장들과 비교할 수도 없다. 어려움을 뚫고 성과를 거둔만큼 더 많은 지원이 따랐으면 하는 아쉬움을 보였다. 최민식 코치는 "컬링은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스포츠다. 체계적인 지원만 있다면 소치나 평창에서 충분한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지선은 "전용경기장이 생겼으면 좋겠다. 여태까지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꾸준히 지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미성도 "10년간 컬링을 하면서 좋은 대회에 참가할때마다 실력이 느는 것을 느꼈다. 더 많은 지원으로 많은 대회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자컬링대표팀 선수단은 휴식을 취한 뒤 다음달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인천공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