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시즌부터 관중 실집계를 도입했다.
정확한 관중집계를 위해 연맹은 티켓 발권업체가 경기장에서 직접 입장관중을 계수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제3자에게 맡겨 관중수가 부풀려지는 폐단을 막고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4라운드가 흐른 지금, 예상대로 지난해보다 관중수가 대폭 줄었다. 지난 시즌 4라운드까지 경기당 평균관중은 1만6577명이었지만 올해는 8963명으로 45.9%나 감소했다.
그러나 이번 실집계 이후 오히려 관중수가 늘어난 구단이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다. 제주는 올시즌 2차례 홈경기에서 평균관중 6310명을 유치, 지난해 평균 4498명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 제주는 그동안 축구 불모지의 이미지가 강했다. 제주로 연고지 이전 후 준우승 등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텅빈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제주의 상징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올시즌은 다르다.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 온 사업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수한 여건이 있다. 시즌 전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지역 밀착형 마케팅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단 축구 자체를 많이 알릴 수 있도록 했다. 구단이 하는 축구교실이 아니라 방과 후 수업으로 축구교실이 생길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섰다. 축구교실이 없는 학교에는 직접 지도자를 제공해 정상화될때까지 도왔다. 체육시간에도 축구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마케팅 팀원들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마케팅팀 인력 중 기획파트에는 최소만 배치하고, 나머지는 전부 현장으로 나섰다. 제주시와 서귀포 주요 출근길에 현수막 들고 나섰으며, 점심시간도 사내 식당 대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함께 호흡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선수단과 관중 간 스킨십 기회도 늘렸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오늘의 선수'를 선정해 경기 전 직접 하이파이브를 하고 경기 후에는 함께 포토타임을 갖는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매주 한선수씩 제주 내 학교를 방문해 팬사인회도 갖는다. 선수단도 직접 관중 모으기에 동참했다. 창단 30주년을 맞이해 선수들이 직접 관중들에게 음식을 쏘는 '작전명 1982'이 호평을 받고 있다. 24일 수원전에서는 전태현이 닭날개 1982개를 관중에게 무료로 나눠줬고, 다음 홈경기에서는 권순형이 떡볶이를 쏠 예정이다.
이 밖에 경기장에도 변화를 줬다. 관중들이 주로 오는 방향을 분석해 원활한 입장을 위한 동선 변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삼다 먹거리존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에어 바운스 등을 설치했다. 축구장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동남 제주 마케팅 팀장은 "마케팅은 성과가 천천히 나타난다. 그동안 준비를 많이 했는데 올해는 조금씩 그 성과가 보이는 것 같다. 개막전보다 두번째 경기에 더 많은 관중들이 왔다는게 고무적이다. 매경기 가족단위 관중들이 늘고 있고, 여가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늘어난 관중수 때문일까. 제주는 올시즌 홈에서 가진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