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vs 김태술. 이 두 사람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동부, KGC 양팀의 챔피언결정전 성적이 갈릴 수 있다.
농구경기에서 중요하지 않은 포지션은 없다. 5명의 선수가 각자 맡은 역할을 해내야 팀 전력이 완성된다. 하지만 비중을 따진다면 포인트가드가 팀의 중심이 돼야한다. 5명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일 수 있게 경기 운영을 해야하며 득점력도 갖춰야 한다. 앞선에서의 압박 수비는 기본이다. 오죽했으면 포인트가드를 빗대 '코트의 야전사령관'이라고 부를까.
특히 포인트가드는 큰 경기에서 그 역할이 더 중요하다. 경험이 많고, 적고를 떠나 챔피언결정전에서는 감독에서부터 모든 선수들이 긴장하고 흥분할 수 밖에 없다. 그 탓에 평소 가진 실력을 발휘 못할 수도 있고 어이없는 실책을 연발할 수 있다. 코트에 있는 선수들에게 벤치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결국 코트 리더가 선수들을 통제하고 독려해야 한다. 포인트가드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다.
동부 박지현과 KGC 김태술은 부산 동아고 5년 선후배 사이다. 김태술이 동아중 1학년이던 시절, 고3이었던 박지현은 하늘과 같은 선배였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선후배 관계를 떠나 우승이라는 목표를 놓고 전쟁터에서 맞서야하는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박지현은 안정감이 큰 무기다. 경기력에 큰 기복이 없다. 확 눈에 띄지는 않지만 늘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김주성, 윤호영, 이광재 등 걸출한 선수들이 득점을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하는 어머니 역할이라고 하면 적당할 듯. 정석의 슛폼은 아니지만 이번 시즌 확실히 나아진 3점슛도 무기가 됐다. 지난 19일 열린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현장에 있던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수천명의 관중을 모두 속이는 깜짝 작전타임 페이크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큰 경기에서 빛을 발한 박지현만의 재치였다.
반면 김태술은 천부적으로 농구에 대한 센스를 타고난 스타일이다. 타 구단의 한 선수는 "나에게 프로 선수 중 농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를 꼽으라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김태술을 뽑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슛, 패스, 드리블 등 농구에 필요한 모든 부문의 기본기가 잘 갖춰져있다. 외곽에서 원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제친 후 스텝을 밟고 던지는 미들라인 뱅크슛은 이제 김태술의 전매특허. 그의 잘 갖춰진 기본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큰 경기를 즐기는 긍정적인 성격도 강점이다. 김태술은 "관중이 많고, 방송중계가 되면 더 신이 난다"고 말한다.
물론 약점도 있다. 박지현은 장점이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케이스다. 안정감은 있지만 특출나게 뛰어나다고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어느덧 한국나이로 34세여서 체력적인 문제도 드러낼 수 있다. 김태술은 경기 도중 너무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포인트가드 포지션을 감안하면 득점 욕심이 있고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려다 실책을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두 선수의 정규리그 성적은 거의 비슷했다. 박지현이 평균 9.52득점 4.2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김태술이 10.75득점 4.4 어시스트를 올렸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두 사람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에 챔피언결정전행 티켓을 선물했다. 쉽게 어느 한 선수의 우위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노련미와 패기의 대결,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