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 후와 종료 전 5분을 조심하라.'
집중력이 가장 떨어지는 이 시간대에 유독 골이 많이 난다는 것을 빗대는 말. 축구계의 오래된 격언이다. 특히 종료 전 터지는 골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넣으면 살고, 먹히면 죽는다.
2012년 K-리그, 4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유독 종료 5분전 터지는 골이 많다. 32경기가 진행된 가운데 21.8%에 해당하는 7경기가 종료 5분전 골로 인해 승패(무승부 포함)가 바뀌었다. 극적인 승부가 많아졌다. 팬들은 종료 직전 뒤바뀐 운명에 환호한다. 반면 양 팀 감독은 희비 쌍곡선을 그린다.
그렇다면 종료 전 5분에 터진 골로 웃고 울은 팀은 어디일까. 올시즌 '비빔밥 축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광주가 단연 돋보인다. 시즌 개막전인 상주전과 3라운드 제주전에서 웃었다. 종료 5분 이내에 터진 결승골로 승점 6(2승)을 수확했다. 2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으면 예년처럼 중하위권에 머물렀게지만 무서운 뒷심으로 순위표 2위에 자리했다. 최만희 광주 감독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유를 물었더니 동계훈련에 답이 있었다. 최 감독은 "경기 시작 후 5분, 종료 전 5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감독은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집중력의 문제다. 특히 광주는 이를 위해 지난 동계훈련에서 120분 경기를 뛰는 훈련을 많이 했다. 선수가 퇴장 당했을 것에 대비해 10대11, 9대11로 뛰는 것도 많이 연습한 것이 실전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 전 '5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도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는 이유다. '극적 승부'의 종결자도 광주에 있었다. 최전방 공격수 주앙파울로는 후반 조커로 출격해 상주전(결승골)과 제주전(동점골)에서 골을 넣으며 극적인 승부의 주인공이 됐다.
85분을 웃다가 마지막 5분을 눈물로 마무리한 팀은 상주 상무. 4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3경기에서 종료 5분 전 눈물의 실점을 허용했다. 특히 25일 열린 포항과의 4라운드는 잊고 싶은 기억이다. 1-1로 맞선 후반 48분, 종료 직전 김형일이 퇴장당하는 사이 포항 지쿠에게 세트피스 결승골을 허용했다. 박항서 상주 감독의 한 숨도 깊어졌다. 광주와 반대로 동계훈련에서 충분히 훈련을 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박 감독은 "상무는 매시즌 절반 이상의 멤버가 바뀌어 동계 훈련 시간이 부족하다. 사실 경기 종료 직전 여러가지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다. 성남전에서는 롱 스로인에, 포항전에서 김형일이 퇴장당한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이유를 분석하며 "몇 분 버티지 못해 승점 4를 잃었다"고 아쉬워했다. 이밖에 서울과 포항이 종료 5분 전 터진 결승골로 승점 3을 얻어 갔다. 전북과 제주는 1승1패, 성남은 1무를 거뒀다.
이같이 극적인 승부가 자주 나오는 것은 올시즌 도입된 스플릿시스템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스플릿시스템때문에 모든 팀들이 승점을 미리 따야 한다는 절실함이 생겼다. 팀마다 월별 승점을 계산하고 있는데 그 승점을 맞추기 위해 경기에서 끝까지 더 집중하는 것 같다. 지난해 추가등록 기간에 33명이 팀을 옮기거나 새로 영입이 됐는데 올시즌은 4명 뿐이다. 특이한 현상이다. 아마도 스플릿시스템 때문에 시즌 전에 모든 팀들이 멤버 구성을 끝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스플릿시스템이라는 변수 속에 2012년 K-리그는 시즌 초반부터 춤을 추고 있다. 극적인 승부에 팬들이 즐겁다. 응원하는 팀이 지고 있다고 해서 미리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것도 피해야 할 것 같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 얼마든지 승패가 바뀔 수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