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차두리, 퇴장으로 얻은 깨달음 "진짜 친구들 얻었다"

by

아픔을 통해 성숙한다고 했다. 아픔이 꽤 컸지만 수확한 열매는 달콤했다.

25일(이하 한국시각) 끝난 '올드펌 더비(셀틱-레인저스 라이벌전)'에서 억울하게 퇴장 당한 차두리(32·셀틱). 전반 29분이었다. 레인저스의 월리스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돌파를 시도하다 수비하던 차두리와의 접촉으로 넘어졌다. 심판은 휘슬을 불었고 레드 카드를 바로 꺼내 들었다. 단순한 파울로 생각하던 차두리는 머리를 감싸 쥐며 당황스러워했다.

이틀이 지난 27일, 차두리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퇴장 다음 날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퇴장을 받은 뒤 운동장에서 라커룸까지 걸어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차두리의 퇴장으로 셀틱은 수적 열세에 놓였고 결국 라이벌전에서 2대3으로 패했다.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차두리의 마음이 가벼울리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 훈련장으로 향한 그는 밝은 웃음을 되찾았다. 문득 10년 전 독일에서 프로에 데뷔할 당시 아버지인 차범근 해설위원에게 들었던 조언이 떠 올랐다. 그는 "내가 독일에 처음 와서 축구를 시작할 때 아버지께서 팀동료들과 잘 지내라고 하셨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 속에는 큰 뜻이 있었다. (중략) 누구나 위기가 오고 힘든 순간이 온다. 그럴 때 외국이지만 편들어 주고 어깨라도 한번 두들겨 줄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건 큰 힘이다. 난 오늘 그걸 느꼈다"고 밝혔다. 미안함에 동료들을 볼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훈련장에서 그에게 위로를 건넨 동료들을 보고 기우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유럽이라면 서로 감정이 격해지고 네 잘못이다, 내 잘못이다 싸우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오늘 훈련을 가면서 조금은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정말 고맙게 모든 선수, 아니 의료진까지도 나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 절대 퇴장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었다.(중략) 나는 10년 전 아버지께서 왜 그 이야기를 하셨는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오늘 훈련장 가서 만난 사람들은 팀동료, 직장동료가 아닌 진실된 친구들이었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고 내편에 서서 힘이 되주는 친구들 고맙다"고 덧붙였다. 경기에서 받은 상처를 동료에게 치유받았다. 팀 동료의 위로가 다시 그를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셀틱도 차두리 챙기기에 나섰다. 셀틱은 27일 차두리의 퇴장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SPL) 사무국에 항소하기로 결정했다. 구단 대변인은 '올드펌 더비 심판을 맡은 머레이 주심은 레인저스의 월러스와 몸싸움을 벌인 차두리를 퇴장시켰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닐 레넌 셀틱 감독도 "월러스는 공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였다. 몸싸움 접촉도 아주 미세했다. 차두리의 퇴장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다"며 격분했다. 비록 억울한 퇴장으로 꿈에 그리던 첫 올드펌 더비를 29분만에 끝냈지만 그는 더 소중한 것을 얻었다. 팀 동료와의 진한 우정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