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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PCO, 패배했지만 존경할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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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모두들 KEPCO의 패배를 점쳤다. KEPCO를 응원하는 팬들마저도 마음 한 구석에는 '패배'에 대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상대팀 현대캐피탈에 비해 전력에서 절대 열세였다. 시즌 중 불거진 승부조작 파문으로 인해 주전 세터 2명과 주전 공격수 2명이 팀을 나갔다. 여기에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쳤던 거포 서재덕마저도 부상으로 빠졌다. 문성민 이선규 윤봉우 수니아스 최태웅 등이 버틴 현대캐피탈과는 선수 구성에서부터 비교가 안됐다.

25일 1차전에서 KEPCO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1시간19분만에 0대3으로 완패했다. 2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차전도 결과는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다. 얼마나 빨리 지느냐가 문제였다.

하지만 이날 KEPCO는 현대캐피탈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상대의 스파이크에 몸을 던졌다. 멀리 가는 공도 끝까지 쫓아갔다. 이를 악물고 뛰고 또 뛰었다. 점수를 내주더라도 서로를 격려했다. 득점을 하면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했다. 지더라도 잃을 것이 없었기에 투지를 불태울 수 있었다.

신춘삼 KEPCO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 어느때보다도 열정적인 몸짓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세터 김천재와 김정석을 번갈아 투입했다. 공격에서도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다음 시즌을 위한 대비이기도 했다. 파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접전 끝에 2세트를 따냈다. 4세트에서는 중반까지 시소게임을 했다. 마지막 발악이었다. 결국 KEPCO는 경험과 선수 개인능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에 1대3으로 졌다. 존경할만한 패배였다. 안젤코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24점을 올렸다. 이기범도 10점으로 분전했다.

KEPCO의 올 시즌은 이날 끝났다. 하지만 이날 패배는 KEPCO의 2012~2013시즌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