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퀭했다. 수염은 덥수부룩했다. 말수도 없었다. 물만 홀짝홀짝 마실 뿐이었다.
23일 63시티 컨벤션홀에서 열린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나타난 현대캐피탈의 외국인 선수 수니아스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예전에는 화려한 언변과 몸짓 등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이날은 그저 아파서 골골대는 외국인 청년에 불과했다. 장염 때문이었다. 이날 아침 장염에 걸렸다. 모든 것을 쏟아냈다. 손에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당연히 입에도 힘이 들어갈리 없었다.
장염의 여파는 25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준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이어졌다. 선발로 나섰지만 투입됐다 빠졌다를 반복했다. 컨디션을 잡기가 힘들었다. 자신도 욕심을 내지 않았다. 이날 수니아스는 10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과 이선규 등의 활약으로 1차전에서 3대0 완승을 거두었다.
이틀 뒤인 27일 수원실내체육관. 수니아스의 표정은 완전히 달랐다. 웃음이 넘쳤다. 경기전부터 선수들과 장난도 쳤다. 몸상태는 최고였다.
쾌차의 비밀은 크림스프였다. 현대캐피탈 의무팀은 장염으로 고생하는 수니아스를 위해 처음에는 죽을 준비했다. 하지만 캐나다인 입맛에 죽이 맞을리 없었다. 스프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몸에 좋은 브로콜리 스프나 버섯 스프 등이 물망에 올랐다. 수니아스의 요청에 따라 크림스프를 올렸다. 수니아스는 매끼 크림스프를 맛있게 먹었다. 속이 점차 편안해지면서 기력도 찾았다.
의외의 효과도 얻었다. 장염으로 속을 비워낸 뒤 크림스프만 먹었더니 몸이 가벼워졌다. 체공시간이 길어졌다. 실제로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수니아스의 점프력이 2~3㎝ 높아졌다"고 말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선발출전한 수니아스는 펄펄 날았다. 첫 세트부터 스파이크를 꽂아넣었다. 이날 수니아스는 31점을 올렸다. 서브에이스 2개, 블로킹 3개 포함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수니아스의 맹활약에 힘입어 KEPCO를 3대1(25-18, 20-25, 25-20, 25-20)로 눌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선점한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31일부터 3전2선승제로 열리는 플레이오프에서는 대한항공과 맞붙는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전적(27일)
현대캐피탈(2승) 3-1 KEPCO(2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