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새로운 테이블세터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용택-이대형이다.
김기태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중장거리 타자를 1번에 놓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했다. 최근 이같은 생각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박용택이 올시즌 LG의 1번타자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용택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무게감' 때문이다. 빠른 발도 중요하지만, 상대투수를 압박할 수 있는 톱타자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게다가 박용택의 발이 느린 것도 아니다. 2005년 도루 43개를 기록하며 도루왕을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 거포로 변신을 시도하며 불렸던 몸도 날렵했던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본인 역시 과거 도루왕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박용택의 1번 기용. 1번타자의 확률을 높이는 것 뿐만이 아니다. 2번으로 내려갈 이대형 역시 살리겠다는 것이다. 이대형에게 '반드시 출루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여주는 효과다. 이대형은 타격 시 오른어깨가 빨리 열리는 나쁜 습관이 있다. 타격자세부터 1루로 가겠다는 생각이 앞서있는 것. 그동안 이대형의 타격을 보면, 몸이 1루로 향하면서 공은 툭 갖다맞히는 일이 많았다. 내야안타를 많이 생산하기도 했지만 분명히 확률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이대형은 올겨울 김무관 타격코치의 지도로 상당 부분 타격폼을 수정했다. 아직까지 100% 고쳐진 건 아니지만, 시범경기에서 조금씩 효과가 나오고 있다. 땅볼 타구 보다는 외야로 떠서 향하는 타구가 많아졌다.
타구단 테이블세터진을 보면, 2번타자 역시 빠른 발과 정확한 컨택트 능력을 겸비한 타자들이 많다. 이대형을 이러한 2번타자로 키우겠다는 의지다.
김 감독은 거포가 아닌 해결사형 4번타자론을 내세우며 오른손타자 정성훈을 4번에 배치했다. 타순에 대한 고정관념 파괴. 박용택-이대형의 테이블세터진이 김 감독의 파격행보에 정점을 찍을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