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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김미현 등 LPGA 1세대 "다 어디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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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김미현. 다 어디갔어?'

많은 국민들이 지난 98년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US 오픈에서 박세리(35)가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 샷을 하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 '땅콩'이라는 별명처럼 조그만한 체구의 김미현(35)이 서양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고 호쾌한 샷을 날릴 때마다 박수를 보냈다. 챔피언 인터뷰에서 빼어난 미모와 유창한 영어로 소감을 밝히던 박지은(33)에게 매료된 팬이 많았다. 이들은 한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호령했다.

최근 들어 이들 코리언 LPGA 1세대들이 보이지 않는다. 대만 출신의 청야니가 LPGA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고 최나연 신지애 등 2세대 한국 선수들이 그 아성을 깨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요즘, 저력있는 그녀들의 얼굴이 새삼 그립다. 한국 골프의 '위대한 유산'과도 같은 그녀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1세대의 간판이자, 골프가 아직 낯설기만 했던 시절 전국민에게 감동을 줬던 박세리는 여전히 LPGA 투어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다만 예전처럼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지 못하면서 팬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올시즌 3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25위, 18위, 14위로 각각 마감했다. 지난 2010년 벨마이크로 LPGA 클래식 우승 이후 우승 소식이 없다.

23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 라코스타 골프장에서 개막한 KIA 클래식에 출전중인 박세리는 "아직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조금 그렇다. 어린 선수들의 부모님과 인사를 하면 우리 또래의 부모님들에 비해 엄청 젊다"며 웃었다.

예전처럼 성적이 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나이 때문에 힘들거나 거리가 줄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변하지 않았는데 어린 선수들이 파워가 좋고 거리가 길어졌다. 이렇다보니 내가 나이 때문에 거리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투어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선 비거리가 중요하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이어 박세리는 "20대 때보다는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72홀을 치르는 동안 모든 것을 집중해서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 요즘은 솔직히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나이가 드니 생각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김미현은 결혼과 출산, 수술 등으로 현재는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LPGA 투어엔 올시즌 병가를 냈다. 지난해 12월 발목 인대 수술을 했다. 3년 전 수술했던 무릎 부위도 재검을 하고 재활중이다. 재활이 끝나는 오는 7월부터는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미현의 부친 김정길씨는 스포츠조선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미현이가 출산 이후 컨디션이 뚝 떨어졌다. 코치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준비해서 내년에 다시 LPGA 풀타임 투어에 도전할 계획이다. 감이 온다면 1~2년 더 뛸 것이고, 이제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내년만 하고 그만 둘 생각이다. 국내 복귀는 없다"며 "본격적인 티칭은 현역 생활이 끝나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은은 이제 막 부상에서 돌아왔다. 고관절 부상으로 고생했던 박지은은 올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투어 생활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KLPGA 퀄러파잉 스쿨을 치러 시드를 받았다. 미국에서만 선수생활을 했지만 이제부터 한국 무대를 밟기 위해 바닥부터 시작했다.

1.5세대로 통하는 한희원(34)과 장 정(32)은 결혼과 출산의 과정을 거친 뒤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 KIA 클래식 출전을 앞두고 한희원은 "올해는 남편(야구 선수 출신인 손 혁)도 한국에서 야구해설을 하게 돼 떨어져 살아야 한다. 아이도 서울의 부모님이 봐주시기로 했다"며 "지금까지 결혼이라는 것이 선수생활을 유지하는데 방해가 된 건 아니지만 올해는 좀 더 홀가분하게 투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를 통째로 쉰 장 정도 KIA 클래식을 통해 복귀를 신고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칼스배드(미 캘리포니아주)=이사부 기자 kildongh@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