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군단이 달라지고 있다.
확실히 사이즈는 줄었다. 그러나 그 속의 내실은 꽉 차오르고 있다. 그동안 롯데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올 시즌 롯데는 고민이 많았다. 지난해 15승(6패)을 거둔 에이스 장원준은 경찰청에 입대했다. 리그 최고의 4번타자 이대호는 일본 오릭스에 입단했다.
투타의 에이스가 모두 빠진 상황. 확실히 거인구단의 사이즈는 줄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다. 내실을 충실히 다지고 있다. 올 시즌 눈여겨 봐야 할 롯데의 두 가지 중요한 변화다.
▶수비와 팀배팅의 강조
롯데 양승호 감독이 팀을 맡은 지 2년 째.
지난해 감독으로서 연착륙에 성공했다. 롯데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명승부를 펼쳤다.
올해 그는 자신의 색깔을 내고 있다. 사이판, 그리고 가고시마 전지훈련을 통해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이 수비다.
사실 그동안 롯데는 전력에 비해 수비와 팀 플레이에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달라졌다. 내외야의 수비가 탄탄해졌다. 지난 17일부터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에서 완벽한 수비를 선보였다.
특히 내야가 좋아졌다. 3루수 황재균의 수비가 업그레이드됐고, 유격수 문규현과 2루수 조성환도 좋은 콤비플레이를 보였다. 이대호를 대신해 주전 1루수로 낙점된 박종윤도 마찬가지다. 사실 박종윤이 이대호보다 확실히 더 나은 것은 수비다. 여기에 백업요원도 튼실해졌다. 특히 동아대를 졸업한 신본기는 걸출한 수비력으로 기존 내야수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팀내 건강한 경쟁때문에 롯데의 내실은 더욱 더 다져지고 있다.
타격에서 이대호의 공백은 매우 크다. 뚜렷한 대체카드가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대호의 공백이 기존 주전타자들에게 건강한 긴장감을 불러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대호가 없지만, 롯데는 여전히 좋은 타선을 가지고 있다. 홍성흔은 '컴팩트형 4번타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고, 김주찬 전준우 조성환 등도 타격 업그레이드를 꾀하고 있다. 롯데 타선이 그동안 승부처에서 응집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대호의 공백은 그 응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어차피 이대호의 공백을 메울 선수가 없기 때문에 주전선수들 전체가 '십시일반'으로 뭉쳐야 하기 때문.
팀 전체로 볼 때 위기가 건강한 긴장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단해진 뒷문
지난해까지 롯데는 선발야구를 했다. 강한 선발로 마운드를 이끌었다.
시즌 막판 맹활약으로 김사율이 20세이브를 올렸지만, 계투진은 확실히 정상을 노리는 팀치곤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장원준은 빠져나갔지만, SK에서 이승호와 정대현을 데려왔다.
두 선수는 투수왕국 SK의 허리를 책임지던 핵심 선수들이다.
롯데의 불펜은 단숨에 두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승호와 정대현 그리고 김사율은 모두 마무리를 하면서 20세이브 이상을 올린 경험이 있는 소방수들이다.
물론 무릎을 다친 정대현은 시즌 초반 팀에 가세하지 못한다. 그는 6월 이후 팀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대현의 성실함과 경력을 볼 때 별다른 후유증없이 6월에 정상가동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된다면 롯데는 어느 팀 부럽지 않은 필승계투조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에이스 장원준의 공백을 메울 확실한 뒷문이 생기는 셈이다.
여기에 새롭게 롯데에 가세한 김성배와 박동욱도 만만치 않다. '산체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신인 김성호도 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양과 질에서 허리는 더욱 탄탄해진다는 의미.
지난해 롯데는 덩치가 거대하지만, 내실이 부족한 거인의 이미지였다. 올해 롯데는 사이즈는 작아졌지만, 탄탄한 몸을 가진 거인의 느낌이다. 건강한 변신의 시작점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