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발표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눈에 띄는 인사가 있다. 국가대표 탁구선수 출신인 이에리사 용인대 교수(57)다. 이 교수는 9번을 배정 받았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은 대략 20번, 당선 가능권은 25번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번을 배정받은 것을 감안하면 이 교수의 전진 배치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체육계에선 이를 고무적인 일로 여기고 있다.역대로 체육계 인사 중 국회의원은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체육 단체장이었다. 체육 단체장은 크게 두 부류였다. 사회적인 영향력과 인적 네트워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인, 체육 단체에 실질적인 재정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인. 하지만 스포츠 스타 출신 중에서 국회의원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 교수가 첫 스타트를 끊을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 이 교수는 1973년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금메달 주역이었다. 1976년 서독오픈 단식과 복식 우승, 이후 지도자로서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탁구대표팀 감독,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선수들을 파악하고 지도하는 능력을 높게 평가받아 2005년에는 최초의 여성 태릉선수촌장을 맡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큰 성과를 내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인화를 강조하지만 강단있는 성격으로 추진력을 겸비했다.
서울여상-명지대를 졸업하고 명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공부하는 지도자로 인식돼 있다. 이 교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체육계를 대변하고 싶다"고 말했다.
체육계는 스포츠 스타 출신 국회의원 한 사람을 배출하는 것보다 체육인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다는 희망에서 더 큰 의의를 찾고 있다. 역대로 정통 운동선수 출신 인사들이 국민적인 인지도를 등에 업고 금배지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 동아대 교수는 18대 총선에서 부산 사하갑 공천을 받지 못했고,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김유동(전 OB)은 4차례 총선 도전에서 모두 실패했다. 천하장사 출신인 이만기 인제대 교수도 국민스타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총선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운동선수 출신 인사들은 덜 똑똑하다는 식의 흑색선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에리사 교수가 비례대표로 국회에 발을 디디게 된다면 이런 비뚤어진 시선도 변할 가능성이 높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