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요? 안타 하나를 치더라도 내용있게 치는 게 목표죠."
LG 최동수는 올해 우리 나이로 42세가 됐다. 팀에서는 플레잉코치 류택현과 동갑, 코칭스태프를 제외한 LG 선수단 중에는 단연 최고참이다.
LG는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최동수를 3라운드에 지명했다. 양도금은 현금 1억원. 94년부터 2010년 시즌 중반까지 LG에서만 뛰어온 그다. 트레이드 후 1년 반만의 친정팀 복귀였다. LG가 최동수를 지명한 이유는 단순히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가 아니었다. 최동수는 당장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는 선수였고,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대선배였다.
최동수에게 올시즌은 남다르다. 불혹을 훌쩍 넘긴 그는 지난해 초 SK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20대 이후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기도 했지만, 세월의 무게는 그를 잔인하게 짓눌렀다. 하지만 최동수는 무너지지 않았다. 2군에 내려간 뒤 젊은 선수들도 단기간에 시도하기 힘든, 타격폼 수정에 매달렸다. 스스로를 납득시킬 정도가 돼야만 했다. 실패하면 과감히 유니폼을 벗을 생각까지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한방을 과시하며 팀을 준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까지 견인했다.
다시 돌아온 LG. 불과 두살 차이나는 감독부터 달라진 게 한둘이 아니었다. 최동수는 새파란 후배들과 함께 체력테스트까지 받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전지훈련에서 느낀 LG는 어땠을까. 그는 "SK로 가기 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처음엔 좀 당황하기도 했다"며 미소지었다.
최동수는 "예전 LG의 분위기가 아니다. 이젠 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며 "캠프 중간에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지 않았나.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같았으면 이겨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선수들이 팀을 위해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봤다"고 덧붙였다.
최동수는 올시즌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붙박이는 아니다. 1루수로 전업한 '작은' 이병규(배번7)과 번갈아 1루 미트를 낄 예정이다. 또 4번타자 후보군에 들어간다. 김기태 감독이 오른손 타자를 4번타자로 기용하겠다고 한 만큼, 한방이 있는 최동수 역시 후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풀타임에 대한 욕심은 없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지난해 회춘한 최동수의 타격을 떠올리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풀타임?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이제는 작은 병규나 성훈이가 나서야 하는 시기"라며 손사래를 쳤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줄 때라고 생각하는 건가?"라고 재차 묻자 최동수는 "아니다. 목표가 조금 달라진 것"이라고 답했다.
최동수는 달라진 목표에 대해 "내용있는 안타"라고 했다. 그는 "얼마나 타석에 들어설지 모르지만, 타석에 선 그때만큼은 꼭 의미가 있는 안타를 치고 싶다.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동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LG라는 팀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느껴졌다.
대화 도중 그의 장비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오랜만에 다시 낀 포수 미트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동수는 "아니다. 포수 미트도 준비한다. 지난해 경험도 있고 하니 경기 막판 포수가 없는 상황이 오면, 내가 미트를 껴야할 수도 있다"며 "사실 오키나와에서 투수들 공을 자주 받고자 했는데 많이는 못 받았다. 그래도 문제가 없도록 조금씩 준비해두겠다"고 했다.
30대가 된 뒤에야 기량이 만개한 그를 두고 과거 LG 팬들은 '대기만성'이라는 표현을 즐겨썼다. 일련의 사건들로 시즌 전부터 침울해져 있는 LG 팬들에게 돌아온 최동수는 몇 안되는 '기대 요소' 중 하나다. 그의 마지막 말이 긴 여운을 남겼다. "이젠 좋은 일만 생기지 않겠어요? 꼭 그럴 겁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