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와 가가와 신지(23·도르트문트)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1989년 생이고, 미드필더로 측면과 중앙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패싱력과 득점력 모두 뛰어나 한-일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분데스리가에서의 입지는 완전히 다르다. 가가와는 지난시즌 전반기에만 8골-1도움을 올리며 분데스리가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떠올랐다. 올시즌에도 8골-8도움을 올리며 도르트문트의 1위 질주에 공헌하고 있다. '동양의 이니에스타'라는 별명과 맨유 이적설은 가가와의 유럽 내 입지를 잘 보여준다. 반면 구자철은 독일 입성 후 시련의 연속이었다. 부상이 이어졌고, 들쑥날쑥한 출전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펠릭스 마가트 볼프스부르크 감독은 낯선 포지션에만 기용했다. 재능만으로는 가가와 못지 않지만 나란히 비교받을 기회조차 없었다.
구자철과 가가와가 드디어 만났다. 결과는 구자철의 판정승이다. 아우크스부르크는 11일(한국시각)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SGL 아레나에서 열린 2011~201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5라운드 경기에서 거함 도르트문트의 연승행진을 8로 멈추며 이변의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구자철의 공격적 재능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도르트문트가 워낙 강팀인 탓에 수비에 전념해야 했기 때문이다. 구자철은 여기에 투지를 더했다. 강팀이지만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백이 돋보였다. 적극적인 몸싸움과 태클로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후반에는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항의하고, 동료들 위치 조정을 지시하는 등 한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구자철은 후반 33분 은젱과 교체될때까지 모든 힘을 쏟아내며 루후카이 감독의 격려를 받았다.
투지넘치는 구자철과 달리 가가와는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특유의 창조적 플레이는 커녕 제대로 된 패스와 슈팅 한번 해보지 못하고 후반 25분 교체 아웃되는 수모를 겪었다. 투지를 앞세운 분위기에 압도돼 허우적 거리는 모습이었다.
두 선수는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양 팀 공격을 이끄는 '에이스'였던만큼 이들의 마음가짐과 경기력은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구자철의 리드 속에 옌취 골키퍼의 선방과 랑캄프의 육탄 수비, 산코과 베르헤그의 짠물 수비를 앞세워 도르트문트의 공격력을 막아냈다. 볼 점유율과 슈팅 숫자에서는 밀렸지만 대등한 경기내용을 선보였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최근 10경기에서 단 2패만을 허용하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리그 15위(4승11무10패·승점 23, 골득실 -14)를 마크, 리그 잔류 가능성을 높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