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또한번 '트레이드 잔혹사'를 겪게 됐다. 이번엔 장외에서다.
이적 후 팀의 주축 선발투수로 자리잡은 박현준과 김성현이 '1회 볼넷'을 두고 경기를 조작한 것이 드러나 5일 활동정지 처분을 받았다. 아직 검찰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일이 어디까지 커질 지도 알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시장의 큰손 역할을 자처한 LG는 유독 외부영입에서 재미를 못본 팀이다. FA(자유계약선수) 홍현우 진필중 박명환 등에게 거액을 안겼지만 결과는 명백한 실패였다. 그들에겐 '먹튀'라는 신조어가 따라붙었고, FA 실패사를 이야기할 때 LG의 이름은 항상 빠지지 않았다.
FA뿐만이 아니다. 양팀간 균형을 맞춰 진행한다는 트레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2004시즌 종료 후 최악의 모습을 보인 홍현우를 KIA로 돌려보내면서 단행한 2대2 트레이드는 아직까지도 LG 팬들에겐 최악의 트레이드로 꼽히고 있다. 현재 KIA 부동의 톱타자로 발돋움한 이용규를 홍현우와 함께 KIA로 보낸 것이다.
KIA와의 트레이드 악연은 2009년 재현됐다. LG는 시즌이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4월 중순 우완투수 강철민을 받는 대신 내야수 김상현과 박기남을 KIA로 보냈다. 김상현은 '2군 홈런왕'이었지만 1군에만 오면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기에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컸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김상현은 그해 홈런왕(36개)을 차지하며 신데렐라로 떠올랐고, 장타력을 얻은 KIA는 12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에는 드디어 트레이드 잔혹사를 끊었다며 모두가 기뻐했다. 2010시즌 도중 전격적으로 이뤄진 SK와의 4대3 트레이드는 얻은 게 많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골자는 역시 '뉴에이스'로 떠오른 박현준이었다. 김상현에게서 나타났듯, 이전 소속팀에서 자리가 없던 유망주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트레이드의 순기능을 볼 수 있던 순간이었다. 박현준은 2010년 후반기 LG에서 착실히 선발수업을 받았고, 2011년엔 당당히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해 팀내 최다승(13승) 투수가 됐다. 윤상균(윤요섭으로 개명)은 오른손 지명대타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해줬고, 사이드암투수 김선규 역시 부족한 LG의 허리에 힘을 보탰다.
이제 이 트레이드도 성공사례에선 지울 수 밖에 없다. 박현준은 자신을 믿고 새로 기회를 준 팀에게 경기조작이라는 씻을 수 없는 낙인을 찍어버렸다. 이번 케이스는 그간 영입 선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과는 또다른 문제다. 개인의 일로만 치부할 일도 아니다. 구단의 관리 소홀 책임도 있다.
LG는 지난해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임박해서 또다른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박병호 심수창을 넥센에 내주고, 송신영 김성현을 받는 2대2 트레이드였다. 당시에는 당장 급한 마무리투수를 해결하고, 젊은 선발 유망주까지 받은 LG가 웃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후 4강은 순식간에 멀어졌고, 송신영은 단기임대마냥 잠시 팀에 머무른 뒤 한화로 FA 이적했다. 이젠 김성현의 이름에도 줄을 그어야 할 판이다.
앞으로 트레이드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팀에서 카드를 맞추자는 제안이 와도, '저 선수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특히 김성현의 경우 검찰조사에서 다른 선수와 브로커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이다. 선수에 대한 검증, 특히 사생활이나 인성에 대한 검증을 하고 싶어도 트레이드 상대 구단으로서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협상 테이블에 맞은편에 앉은 상대방 말 밖에 믿을 게 없다. 이번 사건으로 트레이드의 순기능마저 어두운 이면 속에 가려져 버리게 됐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