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이천수(31)가 전남 드래곤즈에 사죄의 뜻을 전하며 K-리그 복귀를 바라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천수는 전남 드래곤즈 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전남 드래곤즈 구단과 팬들께 드리는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장문을 남겼다. 이천수는 2009년 전남에서 코칭스태프와 물의를 빚은 끝에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로 이적하겠다며 팀을 무단 이탈했다. 이후 전남은 프로연맹에 이천수를 임의 탈퇴 신분으로 공시해 K-리그 복귀를 봉쇄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일본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에서 활약했던 이천수는 재계약을 마다하고 K-리그 복귀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천수는 "전남의 모든 분들께 사죄하고 싶다. K-리그로 돌아오고 싶다"고 자신의 심경을 털어 놓았다.
다음은 이천수가 전남 구단 홈페이지에 남긴 글.
전남 드래곤즈 유종호 사장님, 김영훈 단장님, 정해성 감독님, 구단 직원, 선후배, 동료선수들, 그리고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 이천수입니다. 현재 저는 인천의 집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운동만 했던 제가 글을 쓴다는 것이 많이 어렵지만 용기를 냈습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 지 머리가 복잡하지만 이렇게 글을 써서 올리는 건 전남의 모든 분들에게 사죄하고 싶어서입니다. 최근 저는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K-리그에 돌아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K-리그는 축구 선수인 제게 고향 같은 곳입니다. 올해로 32살이 되는 제가 K-리그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죄가 있습니다. 2009년 전남에서 일으킨 소동 때문이라는 걸 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때 일로 전남의 모든 분들께 충격과 상처를 드렸습니다. 당시 감독님이셨던 박항서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은 대부분 팀을 떠나셨지만 전남이라는 팀에는 여전히 저로 인한 좋지 않은 기억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나쁜 놈으로 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남에서 그 일을 저질렀을 때 저는 개인적인 문제(경제적 문제)로 인해 많이 괴로운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생각만 했고 팀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잊은 채 이기적인 결정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에게 하지 말았어야 할 말과 행동도 했습니다. 막연히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해결될 거라 생각했는데 제 착각입니다. 지금 와서는 너무나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 밖에 드릴 수 없습니다.
지난달 광양에 갔었습니다. 유종호 사장님은 뵙지 못했지만 김영훈 단장님과 만났습니다. 그때 단장님께서 차 한잔 주시며 '지금부터라도 잘못을 반성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중에 통화를 하게 된 박항서 감독님도 "전남 구단과 팬들에게 용서를 비는 것이 우선이다"고 하셨습니다. 제 잘못이 조금이라도 씻겨지기 위해선 말이 아닌 행동으로서 진심을 보여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됐고 이 글을 통해 시작을 하려고 합니다.
전남에 사죄하고 K-리그로 돌아오고 싶다는 인터뷰가 나온 뒤 제가 복귀를 위해 전남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그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소송 문제가 진행 중이었던 건 맞지만 저는 전남으로부터 용서 받은 뒤 임의탈퇴를 풀기 위한 일들을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무작정 임의탈퇴만을 벗어나기 보다는 도의적 책임부터 져야 한다는 걸 많은 분들께서 얘기해주셨고 전남의 용서를 받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이 순간 전남에서 있었던 시간들이 생각납니다. 마지막은 좋지 않은 모습으로 끝났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전남으로 온다고 했을 때 굉장히 반겨준 팬 여러분들과 제가 낯선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신 김영훈 단장님과 구단 관계자 분들. 개막전에서 잘못된 행동을 한 뒤 서포터즈 여러분들이 걸어주신 응원 문구, 그 뒤 돌아와 승리를 할 때 함께 기뻐했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그때 제가 신중하게 팀을 생각하고 결정을 했다면 다 좋은 추억으로 남았을 텐데 아쉬움이 쌓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K-리그로 돌아가게 된다면 다시는 문제아, 악동이 아닌 K-리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좋은 모습, 밝은 모습만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합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전남과 관련된 모든 분들이 그때의 잘못을 용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천수라면 후배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용서가 힘이 되어 K-리그에 복귀한다면 축구를 시작하는 유소년과 모든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늦었지만 201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남 드래곤즈가 2012년에 목표로 하는 성과가 꼭 이뤄지길 빌겠습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