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어리석은 모습이 반복되면 안된다."
'철인' 이영표(34·밴쿠버)가 조광래 감독의 A대표팀 경질 후폭풍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이영표는 27일 서울 신문로 가든플레이스에서 가진 밴쿠버 입단 기자회견에서 "A대표팀 감독이 자주 바뀌는 것에 한 번쯤은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팀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에게 무조건 이기지 못한다. 팀이 강해지는 때가 있는데 그것은 위기의 순간을 이겨내고 벗어나는 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위기를 기다리지 못하는게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끝난 뒤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A대표팀 감독이 바뀌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는 4년의 시간 중 1년6개월을 잃어버린 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영표는 최근 축구협회의 삼고초려 끝에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 감독에 대한 응원을 부탁했다. 그는 "그간 A대표팀을 돌아보면 최 감독 역시 저조한 경기력과 성적에 빠지는 어려움이 분명히 올 것"이라면서 "누구나 비난을 할 수는 있다. 그것이 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또 감독을 바꿔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표팀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영표는 "A대표팀 감독직은 최소 4년 정도는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애초에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4년을 믿고 맡기를 수 있는 감독을 찾아야 하고, 선임 뒤에는 선택을 믿고 기다려 줘야 한다. 이런 과정이 계속된다면 얻는게 전혀 없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남아공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실패를 맛보기도 했던 히딩크 감독과 허정무 감독을 예로 들었다. "히딩크 감독과 허정무 감독 모두 어려움을 이겨낸 뒤 월드컵에서 성과를 냈다. 누구의 문제도 아니지만 더 이상 어리석은 모습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선수와 지도자, 팬, 언론 모두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축구(MLS) 이적을 확정지은 이영표는 "국내 무대에서 뛰는 부분도 심도 있게 고민을 해봤지만,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밴쿠버를 새 둥지로 삼았다"면서 "아마 밴쿠버가 축구인생의 종착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