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호의 밑그림이 나왔다. 초점은 먼 미래가 아닌 눈 앞에 닥친 현실, 선수구성은 해외파가 아닌 국내파였다. 대표팀에 변화가 시작됐다.
최강희 감독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 쿠웨이트전(2월 29일) 승리를 위해 국내파를 중용할 뜻을 천명했다.
22일 기자회견에 나선 그는 "쿠웨이트전이 제일 중요하다. 아무래도 해외파보다는 K-리그를 중심으로 선수들을 뽑아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많은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더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봉동이장'에서 '태극호 선장'으로 변신한 최 감독의 이러한 구상은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겨냥해 유럽파와 어린 선수들을 신임한 것과는 정 반대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은 해외파의 경기력에 최 감독이 의문부호를 달았기 때문이다.
"밖에서 봤을 때 해외파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경기를 많이 못 나가고 있다.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하면 경기력과 체력, 감각이 많이 떨어진다. 대표팀에서 단기간 내에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다."
최 감독이 국내파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한국이 처한 다급한 현실 때문. 한국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서 승점 10점(3승1무1패·골득실 +8)으로 조 1위를 달리고 있지만 2위 레바논(승점 10·골득실 -2), 3위 쿠웨이트(승점 8)에게 턱밑까지 추격 당했다. 최종예선은 각 조 1, 2위가 오른다. 쿠웨이트전은 비겨도 된다. 반면 지게 되면 한국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무대 진출은 물건너 간다. 한국 축구의 암흑기가 도래할 수 있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경기력에서 해외파에 앞선 K-리거의 중용이 해답이었다. 최 감독은 최근까지 전북 현대를 맡으며 K-리그 16개 팀 선수들의 경기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전북을 이끌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르면서 국내파를 통한 중동팀 공략 해법도 터득했다.
이제 관심은 누가 대표팀에 발탁될지에 쏠린다. 최 감독은 '신-구 조화'를 중시한다. 베테랑의 경험을 굳게 믿는다. 이러한 선수 운용 스타일을 봤을 때 K-리그 도움왕에 오른 이동국(32)과 김정우(29) 등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최 감독도 "현재 K-리그에서 공격수를 뽑으라면 이동국이 가장 먼저 꼽힌다"며 재발탁을 시사했다. 최근 귀화를 추진하고 있는 라돈치치(수원)의 발탁에 대해서도 "외국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은 클럽팀과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를 거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