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한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바르셀로나는 12일(한국시각) 마드리드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치른 뒤 곧바로 이동, 12시간의 비행 끝에 일본에 도착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을 비롯한 선수 대부분이 녹초가 됐다. 리오넬 메시는 250여명의 팬과 취재진이 몰려든 공항에서 간단히 손을 들어올리는 정도로 인사를 마쳤다. 요코하마로 곧바로 이동한 바르셀로나 선수단은 1시간 가량 현지 적응 훈련을 실시했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인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이후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에게 24시간 휴식을 부여하겠다"면서 자유 일정을 통보했다. 다니 알베스, 다비드 비야는 통보가 떨어지기 무섭게 도쿄와 요코하마로 나가 관광을 즐겼다. 13일에는 대부분의 선수가 도쿄와 요코하마 시내를 사복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메시와 푸욜은 가전제품을 구입해 왔고, 일부 선수들은 일본 고속철도인 신칸센을 타보고 싶다면서 도쿄에서 요코하마까지 열차를 타기도 했다. 도쿄역에서 신요코하마역까지 신칸센으로 18분이 소요된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역에서 광명역까지 신칸센을 탄 셈이다. 24시간 휴식을 마친 뒤 또 다시 1시간 동안의 훈련을 마친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번 원정에 동행한 가족, 애인과 함께 숙소에 투숙해도 좋다는 명령을 내렸다. 일본 스포츠지 스포츠닛폰은 이를 두고 '밤의 생활이 해금됐다'고 표현했다. 15일 알 사드(카타르)와 4강전을 치를 예정이라는 점에서 보면 너무나 여유로운 모습이다. 이쯤되면 바르셀로나가 상금 500만달러(약 56억원)가 걸린 국제대회에 출전한 건지 일본 투어를 왔는지 헷갈릴 만하다.
적어도 클럽월드컵에서 만큼은 살인적인 일정의 피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르셀로나는 11월 20일부터 현재까지 3일 간격으로 7경기를 치렀다. 프리메라리가 일정부터 유럽챔피언스리그, 코파델레이(FA컵)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누적된 피로로 인해 헤타페전에서 패배를 맛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클럽월드컵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훈련에 매진해봤자 체력적 부담으로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결국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시는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좀 더 여유롭게 클럽월드컵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