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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2차전]봉동이장 최강희 리더십, '감독 보다 선수가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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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선수의 허물이나 실수를 외부로 발설하지 않는다. 특히 볼을 20년 가까이 찬 고참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다. 선수 평가에 대한 난처한 질문에는 직설적인 표현 대신 꼭 농을 섞어 말한다. 그래서 당사자가 그 얘기를 전해들어도 웃게 만든다. 최 감독은 전북의 키플레이어 이동국(32)과 김상식(35)을 이렇게 말한다. "그 친구들은 감독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믿고 기다리는 것 뿐이다."

최 감독은 자신의 선수 시절을 통해 지도자가 선수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배웠다. 지도자 보다 선수가 중심이 돼야 했다. 선수가 제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무조건 편안하게 해줬다. 이런 팀분위기는 금방 입소문을 타고 다른 구단으로 퍼졌다. 다른 구단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거나 나이 먹었다고 찬밥 취급을 받는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전북 구단의 러브콜을 가장 먼저 기다리게 됐다. 2008년말 이동국과 김상식이 그런 식으로 전북으로 이적했다. 전북은 지난해 말 공격수 정성훈 이승현을 부산 아이파크에서, 김동찬을 경남FC에서 영입했다. 공격수가 다른 구단에 비해 많았지만 전북은 또 다시 공격력을 보강했다. 최 감독은 2009년부터 구상했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완성하고 싶었다. 그는 올초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팀 슬로건으로 닥공 축구를 밝혔다. 그 닥공은 올해 K-리그는 물론 아시아축구의 히트상품이 됐다.

2005년 시즌 중반 전북 사령탑에 오른 최 감독은 이듬해인 2006년 알 카라마(시리아)를 잡고 아시아 최강 클럽의 영예를 차지했다. 당시 우승에 대해 최 감독은 얼떨결에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 우승을 두고 운이 좋았다는 얘기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당시 전북의 K-리그 정규리그 성적은 형편없었다. 14개팀 중 11위. 정규리그를 포기하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한 결과였다.

올해는 달랐다. 전북은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고, 울산을 챔피언결정전에서 꺾었다. 부임 7년 만에 K-리그를 두 번 정복했다. 올초 세운 최 감독의 목표는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더블(2관왕)이었다. 지난달 5일 홈에서 벌어진 알 사드(카타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져 준우승에 그쳤다. 전북은 두 번 실수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웃으면서 2011년을 '전북 현대의 해'로 만들었다.

최 감독이 전북 선수들에게 주입시킨 '닥공축구'는 팬들을 매료시켰다. 전북 선수들은 두 골을 넣고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세 골을 위해 더 세게 압박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두 골을 리드하면 자기도 모르게 엉덩이가 뒤로 빠지게 돼 있다. 심리적으로 수비쪽으로 몸이 움직이게 돼 있다고 한다. 최 감독은 2-0인 상황에서 더 많은 골을 요구했다. 전북은 올해 K-리그 페넌트레이스 30경기에서 67골을 터트렸다. 경기당 2.23골로 역대 K-리그 최고의 경기당 득점률을 기록했다. 전북팬들은 공격축구를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경기당 평균 1만5082명이 찾았다. 지난해 대비 5.5% 증가했다. 올해 승부조작 파동의 악재를 뚫고 거둔 관중 동원 성적이다.

최 감독은 2009년 K-리그 우승을 했었다. 이미 전북에서 짧은 기간에 만족할 만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전북에서 할 일이 남았다고 말한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에서 A대표팀 감독직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자신의 역할은 별명 처럼 '봉동이장'이라는 것이다. 전북의 훈련장이 전북 완주군 봉동읍 율소리에 있다. 그래서 전북 팬들은 몇 해 전부터 최 감독에게 봉동이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구수한 입담과 푸근한 외모 때문에 감독보다 마을 이장에 더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최 감독도 봉동이장이라는 애칭을 싫어하지 않는다. 스스로 봉동이장이라는 애칭을 즐겨 쓴다. 2012년말까지 전북과 계약돼 있다. 전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