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이 LG의 '수호신'이 될 수 있을까.
LG 김기태 감독은 진주 마무리캠프 내내 머리를 싸맸다. 30일을 마지막으로 훈련이 종료됐지만,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타구단으로 이적해버린 FA 3명의 공백 때문이다. 김 감독은 FA 계약소식이 들릴 때마다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은 했었지만, 일사천리로 계약하는 모습에 충격도 컸다.
김 감독은 빈자리를 내부에서 채워나가기로 했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 섣불리 외부 영입을 거론하면,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꼴이 될 것만 같았다. 하나씩 퍼즐을 맞춰갔다. 1루수는 다행히 후보가 많았다. '작은' 이병규(배번24)를 이동시킬 수 있고, 서동욱과 윤상균도 있었다. 포수 역시 내부 경쟁을 시키기로 했다. 기존 심광호 김태군에 신인 조윤준까지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한자리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바로 마무리투수다. 차명석 투수코치와 함께 장고에 들어갔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결국 스프링캠프 때 옥석을 가리기로 했다. 후보군은 두 사이드암 투수로 추렸다. 올시즌 데뷔 후 최고의 모습을 보인 박현준과 경찰청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돼 돌아온 우규민이 그 주인공이다.
박현준은 올시즌 29경기(선발 28경기)에 등판해 13승10패 방어율 4.18을 기록했다. 13승은 팀내 최다승으로 다승 6위에 해당하는 기록. 그는 150㎞에 이르는 강속구를 뿌리는 사이드암 투수다. 같은 150㎞라도 보통의 오버핸드 투수보다 무브먼트가 좋기에 위력은 더욱 크다. 게다가 사이드암 투수로는 드물게 수준급의 포크볼을 구사한다. 우타자에게 슬라이더, 좌타자에게 포크볼을 던져 삼진과 범타를 유도해낸다. 강력한 직구와 포크볼, 여러모로 야쿠르트의 '수호신' 임창용과 닮은 면이 많다.
올시즌 사실상의 1선발로 팀을 이끈 박현준이 마무리로 이동해도 선발 후보는 많다. 재계약에 성공한 리즈와 주키치가 있고, 김광삼 김성현 유원상 임찬규가 남은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시즌 중반 봉중근이 돌아오고, 또다른 마무리 후보 우규민도 이젠 선발로 던질 수 있다.
하지만 박현준은 몸이 늦게 풀리는 스타일이다. 많은 선발투수가 그러하듯 1회 난조를 보일 때가 많다. 모든 이닝을 통틀어 1회 피안타율이 3할6푼3리로 가장 높다. 나머지 이닝은 1할 혹은 2할대다. 마무리투수는 경기 막판 몸이 빨리 풀려야만 한다. 짧은 시간에 모든 힘을 쏟아내야만 한다. 박현준에게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후보 우규민은 마무리 경험이 있는 게 강점이다. 2006년부터 마무리로 뛰면서 2007시즌에는 30세이브로 세이브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올시즌 퓨처스(2군)리그에서 경찰청 소속으로 15승 1세이브에 방어율 2.34를 기록했다. 다승과 방어율 1위를 기록하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일단 김 감독은 두 명 모두에게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마무리투수를 하고 싶다고 한 박현준에 마음이 가는 모양이다. 박현준은 그동안 우상인 임창용같은 마무리투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최근엔 직접 마무리 보직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현준이가 기특하다. 감독의 마음을 미리 알아준 것 같아 고맙다"면서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