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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대자연속 편안한 웰빙 여행지 '야쿠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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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이 주연한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60대의 두 노인이 병원에서 우연히 만나 세계여행을 떠나면서 그동안 목록에 기록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가는 가슴 뭉클한 영화다. '버킷 리스트'는 일생에 꼭 해보고 싶은 것, 일생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을 적은 목록이다.

일본 규슈의 남쪽지방 가고시마현의 야쿠시마는 '버킷 리스트'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을 그런 곳이다. 일본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인 야쿠시마(屋久島)는 국내 여행마니아들 중 찾고자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간 접근이 불편했다. 그러나 이제는 가는 길이 편해졌다. 가고시마현의 대표적 관광기업인 이와사키그룹이 일본항공의 자회사인 JAC와 연계, 이달 초 부터 매일 1회 '후쿠오카~야쿠시마' 노선을 취항했기 때문이다. 김형우 여행전문기자 hwkim@sportschosun.com

▶7000년 수령의 삼나무 비밀을 간직한 신비의 섬

1993년 일본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야쿠시마는 규슈의 최남단인 사타미사키에서 남쪽으로 약 60km떨어진 보석 같은 섬이다. 규슈지방 최고봉인 미야노우라다산(1936m)이 가부좌를 틀고 섬을 지키고 있다. 사람들이 한사코 야쿠시마를 찾고 미야노우라다산을 오르려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수령 7200년 된 삼나무를 만나고자 하는 열망이 크기 때문이다. 미야노우라다산을 오르다보면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숲의 정령이 나타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거대한 삼나무. 죽은 듯 조용한, 그러나 수천 년 된 나무가 뿜어내는 강렬한 기(氣)운은 온몸을 오싹하게 만든다. 그 오싹함은 서서히 몸속에서 편안함으로 바뀌고 마침내 몸은 '힐링'효과를 맛보게 된다.

수령 7200년 된 이 나무를 '조몬스기(繩文衫)'라고 부른다. 이 섬의 최고 산신령이자 정령인 셈이다. 마침 미야노우라다산을 오르지 못한경우라면 아쉽지만 이와사키호텔 로비를 찾으면 실물과 똑같은 형태의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조몬스기 숲에는 수천년 세월의 흔적으로 초록의 이끼가 뒤덮여 운치를 더 한다. 물기를 항상 머금은 숲의 이끼 덕분에 야쿠시마 지역에는 지금껏 단 한 차례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래된 삼나무 군락지는 해발 1400m 지점에도 분포해 있다. 야쿠시마 사람들은 "사람 2만, 원숭이 2만, 사슴 2만, 도합 6만이 야쿠시마의 인구"라고 자랑한다. 아열대와 아한대의 자연이 공존하는 이곳이야말로 사람과 동물, 자연이 동화되어 살아가는 천혜의 파라다이스라는 얘기다.

▶삶의 시계를 잠시 늦출 수 있는 곳 '야쿠시마'

야쿠시마에는 요즘 때 아닌 '슬로 라이프'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 사람들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다스릴 곳을 찾아나서는 게 유행이다. 이 곳 야쿠시마가 주목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슬로 라이프 붐'의 중심에는 야마오 산세이(1938~2001)라는 인물이 있다. 시인이자 농부이자 철학자인 야마오 산세이 씨는 오래 전 홀연히 이 섬에 들어와 살았다. 야마오 산세이 씨는 1960년대 후반부터 생명과 환경을 끊임없이 파괴해가는 현대문명에 대항, '부족'이라는 이름 아래 원시부족민들처럼 자연과 하나되기를 바라는 대안문화공동체 운동을 시작했다. 서른아홉 나이에 도쿄에서 아주 먼 열도의 남쪽 작은 섬 야쿠시마의 폐촌으로 이주도 감행했던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 정성껏 농사를 지었다. 또 돈이 아니라 행복, 속도를 다투기보다는 느림의 시간, 위가 아니라 아래를 향하며 살았다.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모노노케히메)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평소 야마오 산세이의 자연과 생명 존중 사상을 존경한 나머지 영화 촬영장소로 이곳을 정했다.

최근에는 야마오 산세이 씨의 저서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 다시 잔잔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떠난 지금 이 책이 또 다른 야쿠시마의 혼이 되어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가고시마를 안보고 가면 '반쪽 자리' 여행

야쿠시마를 발아래 품은 가고시마현은 마치 한잔의 녹차 같은 고장이다. 녹차를 풀어놓은 듯이 모든 것이 정갈하고 깔끔하다. 일본에서도 녹차 산지로 시즈오카현 다음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가고시마는 뭐니 뭐니 해도 '구로부타'라 불리는 흑돼지가 일품이다. 선물용으로도 이름난 흑돼지는 겨울철 주로 샤브샤브로 즐긴다. 여기에 고구마 소주가 빠지면 서운하다. 가고시마는 일본에서 고구마가 가장 먼저 수입된 곳이다. 입안 가득 은근하게 고구마맛과 함께 퍼지는 소주의 향취는 흑돼지 샤브샤브와 궁합이 곧잘 맞는다. 또한 가고시마는 '해산물의 보고'답게 수산가공품 천국이기도 하다. 그중 이 지방의 어묵인 '사쓰마아게'가 대표 별미거리로 통한다. 이밖에 '아망'이라는 항아리에서 숙성된 흑초도 유명하다.

가고시마에서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이 있다. 정유재란 당시 가고시마로 끌려왔던 조선 도공 심당길 선생의 후손들이 일구어낸 도자기 명가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쓰마 야키'라 불리는 조선 도자기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심수관가(家)는 지금 15대 심수관 씨가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야쿠시마 여행 문의=이와사키 호텔 서울사무소(02-598-2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