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아시아시리즈 제패로 일본 프로야구의 '공한증'이 더 깊어지게 생겼다.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인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오 사다하루 회장이 29일 삼성이 소프트뱅크를 꺾고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자 "한국은 확실히 강하다"며 또한번 혀를 내둘렀다.
삼성은 이날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에서 5대3으로 승리했다. 지난 26일 예선에서 0대9로 패한 아픔을 통쾌하게 되갚아줬다. 일본과의 예선을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치렀던 삼성은 결승전서 총력전을 펼치며 승리,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가 일본보다 우위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노심초사하며 경기를 지켜봤던 오 사다하루가 충격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의 공한증의 출발은 지난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대표팀 감독이었던 오 사다하루는 1라운드와 2라운드서 한국에 연거푸 패한 뒤 4강전서 겨우 승리,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당시 같은 팀끼리 여러 번 맞붙도록 돼있던 대회 방식 때문에 일본이 이길 수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쿠바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직후 오 사다하루 감독은 "한국이 강해서 우리가 두 번이나 졌다. 그러니 이번 우승은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야구 수준차는 없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그해 7월 오 사다하루는 급작스럽게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WBC에서 한국 대표팀에 잇달아 무너지며 받았던 스트레스가 위암 발병의 원인이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오 사다하루의 공한증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도 호시노 감독이 이끌던 일본을 두 차례나 격파했고, 2009년 제2회 WBC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일본을 상대로 고비마다 승리를 거두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제2회 WBC 당시에도 오 사다하루는 "한국 야구의 눈부신 발전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오 사다하루는 일본 야구계에서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가장 소리높여 인정하는 인물중 한 명이다. 그가 공한증을 느끼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