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를 꺾고 아시아 정상에 오른 삼성. 사실 출발은 불안했다. 삼성은 29일 대만 타이중 국제구장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에서 주전 선수 3명을 빼고 경기를 치렀다. 포수 진갑용과 2루수 신명철이 부상으로 결장했다. 우익수 박한이는 1회 수비 도중 무릎을 다치며 들것에 실려나갔다. 모두 삼성의 핵심 선수들이었다. "큰일이다"라는 반응이 삼성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이들의 걱정을 무색케 한 백업 3인방이 있었다. 이정식, 정형식, 손주인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삼성의 한국팀 첫 아시아시리즈 제패도 없었다.
사실 삼성의 2번째 포수는 채상병이다. 하지만 이정식이 중요한 경기에 마스크를 썼다. 강한 어깨 때문이었다. 빠른 선수가 많은 소프트뱅크의 특성상 도루를 방지하기 위해 류중일 감독은 어깨가 좋은 이정식을 선발출전 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정식은 1회 혼다에게 2루 도루를 허용했지만 강한 어깨를 과시하며 소프트뱅크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여기에 볼배합도 훌륭했다. 선발 장원삼의 호투에는 소프트뱅크 타선의 의표를 찌르는 이정식의 리드가 있었다. 5회에는 우전안타, 6회에는 볼넷으로 출루하며 공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정형식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박한이 대신 우익수로 들어선 정형식은 공격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3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은 정형식은 5회 1사 만루 찬스에 타석에 들어서 상대선발 이와사키가 던진 초구를 받아쳐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예상치 못한 정형식의 안타에 당황한 소프트뱅크는 5회 5점을 내주며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신명철 대신 2루를 지킨 손주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수훈갑이다. 안정적으로 2루 수비를 펼쳤고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적극적인 스윙으로 상대 투수를 압박했다. 특히 6회와 7회 타석에서는 각각 10구, 7구째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로 상대투수의 힘을 빼놓았다.
사실 3사람 모두 경기 전까지 자신들의 선발출전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투입된 경기에서도 이렇게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어떤 상황에서라도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매순간 최선을 다해 경기를 준비했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주목받지 못하지만 언제나 묵묵히 땀방울을 흘린 이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타이중(대만)=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