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의 컨디션에 KCC가 울고 웃는다.
리그 1위 동부를 물리치면서 내심 연승모드를 꿈꾸던 KCC가 '복병' SK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 23일 경기에서 무려 70대87, 17점차로 대패하고 말았다. 1라운드에서 무려 26점차(92대66)로 완승을 거둘 때와는 정반대의 결과. 그만큼 패배가 주는 충격은 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날 패배에 대해 허 재 감독은 '정신력'을 첫 번째로 손꼽았다. 허 감독은 "개막전에서 너무 크게 이겨 방심한 것 같다. 그런 우려가 있어서 경기 전에도 '만만히 볼 팀이 아니다. SK는 1라운드 때와 다르다'고 말했는데, 선수들이 너무 상대를 만만하게 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KCC 선수들은 누구랄 것 없이 SK의 빠른 수비와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 19일 원주에서 동부를 누른 뒤 사흘을 쉬고 4일째 경기여서 체력적인 문제는 별로 없었지만, '뛰고자 하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용병 디숀 심스만이 38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멘탈'의 요소 외에 큰 패인으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하승진의 부진'이다. 이날 하승진은 총 29분34초를 뛰면서 6리바운드 8득점에 그쳤다. 턴오버도 2개나 했다. 하승진의 부진이 곧바로 팀의 패배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KCC 관계자는 "발가락 부상의 여파로 오전훈련밖에 소화하지 못한 것이 이유인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KCC가 지는 패턴을 보면 '하승진의 부진'이 빠지지 않는다. 1라운드 때 습관성 어깨 탈구로 정상 컨디션을 보이지 못했던 하승진은 2라운드 들어 의욕을 되살리고 있었다. "탈구 증세는 습관성이라 어쩔 수 없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많이 나서야 한다"며 경기 강행의 의지를 보였던 하승진이다.
그러나 연이은 감기몸살 증세와 발가락 부상이 이런 의욕을 꺾고 있다. 지난 15일 KGC에 70대77로 질 때도 하승진은 31분23초를 뛰면서 11리바운드9득점을 기록했는데, 이때는 감기 몸살이 원인이었다. 몸을 추스르자 마자 치른 19일 동부전에서는 31분5초를 뛰며 10득점 12리바운드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경기 도중 팀 동료 전태풍에게 발가락이 밟히면서 또 컨디션이 저하됐다. 결국 SK전 때는 최근 들어 가장 적은 시간을 뛰면서 2라운드 개인 최소득점, 최소 리바운드에 그친 것.
이미 알려진대로 하승진은 KCC 전력의 핵심이다. 하승진이라는 '타워'가 빠진 KCC는 공수에서 전력의 큰 손실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하승진이 앞으로 또 컨디션 난조나 부상을 겪지 말란 법이 없다. 때문에 하승진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필승의 패턴이 필요하다. SK전 때는 하승진 뿐만 아니라 주전 대부분이 부진했다. 심스 외에 두 자릿수 득점도 없었다. 허 재 감독이 지적한 대로 '정신력의 재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