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 감독이 이승엽을 3번으로 기용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류중일 감독은 지난주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최근 컴백을 앞둔 이승엽과 관련해 "3번 타순에 서는 게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승엽이 아직 삼성과의 계약관계가 완료된 건 아니지만, 류중일 감독은 그를 내년 시즌의 최대 전력으로 여기면서 이같이 말했다.
기본적인 이유는 우선 '이승엽=3번'의 이미지를 되살려주기 위함이다. 이승엽은 과거 삼성에서 뛸 때 주로 3번 타순에 섰다. 물론 2003년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56홈런 아시아신기록을 세울 때처럼 가끔 4번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엽이 '국민타자'의 명성을 얻는 과정에서 대체로 3번으로 활약했다는 걸 많은 야구팬들이 기억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에서 좋은 성적을 낼 때 4번 타순에 섰다. '요미우리 71대 4번타자'란 타이틀 속에 2006년에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워낙 국내 시절 3번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듯한 느낌도 줬다.
가장 실질적인 이유는 이승엽을 한 타석이라도 더 기용하기 위함이다. 류중일 감독은 "지도자마다 잘 치는 타자를 3번에 두느냐, 4번에 두느냐를 놓고 결정이 다를 수 있다. 나는 3번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유소년 야구를 보면 정규 이닝수가 적으니까 가장 잘 치는 타자가 무조건 1번에 나가기도 하더라. 타석이 많이 돌아올 수 있으니까. 승엽이에게 어떻게든 한 타석이라도 더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승엽이 컴백한 뒤 8년간의 국내 리그 공백을 극복하고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게 전제조건이다.
한편으로는 올해 놀라운 성장을 보여준 최형우의 4번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복안이기도 하다. 올해 홈런을 비롯한 타격 3관왕에 오르면서 최형우는 4번타자 이미지를 굳혔다. 이승엽과 최형우가 다음 시즌에 3,4번으로 묶였을 때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극단적으로 2번 박한이-3번 이승엽-4번 최형우-5번 채태인 등의 타순을 구성할 수도 있다. 모두 왼손타자다. 이럴 경우 상대 오른손선발투수가 갖는 심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다. 물론 일이 잘 안풀리면 이같은 구조가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승엽에 대한 류중일 감독의 기대치는 매우 높다. 류 감독은 "승엽이만 잘 해주면 내년에도 또 우승할 수 있다. 중심타선이 강하면 팀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신-구 홈런왕이 잇달아 나오게 될 삼성 타선은 분명 위협적인 존재로 격상될 전망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