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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는 왜 없나, 조광래호의 비뚤어진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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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박쌍용' 박지성(30·맨유) 박주영(26·아스널) 이청용(23·볼턴) 기성용(22·셀틱)도 아니었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인물은 김정우(29·성남)다. 선수랭킹(캐스트롤 인덱스)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85위를 기록했다. 소리없이 강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그는 공수에 걸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했다. 세계가 인정했다. '캡틴' 박지성은 96위였다.

사령탑이 바뀌었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이 지난해 7월 지휘봉을 잡았다. 김정우는 설 자리를 잃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조 감독은 호불호가 명확하다. 그의 '인사 정책'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해외파, 특히 유럽파는 절대적으로 신임한다. 그리고 떼 묻지 않은 젊은피를 선호한다. 자신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또 다른 철학도 있다. 그의 시선은 이미 아시아지역 예선이 아닌 월드컵 본선을 겨냥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3년 후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30대를 바라보는 김정우는 국내파에다 이미 뜬 스타다. 시선은 차가웠다.

첫 만남부터 꼬였다. 김정우는 지난해 9월 7일(0대1 패) 조 감독의 두 번째 A매치인 이란과의 친선경기에서 첫 발탁됐다. 굴욕을 당했다. 축구 선수에게 가장 큰 수모는 교체 출전했다 다시 교체당하는 것이다. 선발에서 제외된 그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출전했지만 21분 뒤 교체됐다. 상처가 컸다. 이후 6개월간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올초 카타르아시안컵에서도 제외됐다. 지난 3월 온두라스전(4대0 승)을 통해 복귀한 후 만화축구의 정점이었던 6월 세르비아, 가나전(이상 2대1 승)에서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그는 3차예선에서 또 사라졌다. 1, 2차전 레바논(6대0 승), 쿠웨이트전(1대1 무)에서 교체출전한 것이 전부다. 9월 부상까지 겹치면서 잊혀진 존재가 됐다.

세대를 건너뛰려고 한 조 감독의 무리한 실험은 실패했다. 조광래호는 15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한국 31위) 레바논과의 원정경기에서 1대2로 패하며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내년 2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최종전 쿠웨이트와의 홈경기에서 패하면 최종예선 진출이 물건너갈 수 있다. 3차예선부터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것이 한국 축구의 우울한 현실이다.

김정우의 빈자리가 크다. 변화를 갈구하지만 그가 없는 A대표팀은 최강이 아니다. 가장 튼튼해야 할 허리는 응급실에 있다. 조 감독은 3차예선에서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기성용-이용래(25·수원)를 중원의 3각 편대로 운영했다. 기성용이 부상하자 중앙수비수인 홍정호(22·제주)를 올려세웠다.

기성용 홀로 미드필드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구자철과 이용래는 고비마다 한계를 드러냈다. 기성용이 없는 이번 중동 원정 2연전에서는 완전히 빛을 잃었다. 레바논전의 경우 중원에서 전혀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 허리가 우왕좌왕하자 공격과 수비의 연쇄적인 부실로 이어졌다.

A대표팀은 방향을 잃었다. 변명이 필요없다. 조 감독은 선수를 보는 시각을 고쳐야 한다. 어린 선수들로는 채울 수 없다. 며칠간의 합숙으로 선수들을 새롭게 개조한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풍부한 경험이다. 영리하고 전술 운용이 뛰어난 김정우의 재중용이 위기 탈출의 첫 단추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